“감독님, 배우, 스태프 할 것 없이 다 웃으면서 촬영했어요. 얼마 전에 홍보영상을 보게 됐는데 감독님께서 촬영하시면서 컷을 외치시고 웃으시더라고요. 항상 편하게 연기할 수 있는 환경을 많이 만들어주셨어요.”
‘잡아야 산다’에서 고등학생 중 신재권 역을 맡아 연기한 신강우는 한상혁, 김민규, 문용석보다 연장자였지만 촬영장에서는 말을 놓고 생활했다고 밝혔다.
“우리 넷이 처음 만났을 때부터 감독님이 말을 다 놓으라고 지시하셨어요. 그거 안 지키면 서로 작업하기 힘들다고 하시면서. 우리가 가만히 서있더라도 화면에는 인물 간의 호흡이 느껴지잖아요. 그것 때문이었나봐요. 동생들도 말 놓기 어려워하다가 세 번 정도 만나니까 편하게 대해줬습니다.”
처음 데뷔작인데 이런 친구 같은 동료들과 함께해서일까. 신강우는 차분하게 스크린에서 자신의 연기를 펼쳐나갔다. 4인방 중에서 그나마 생각이 깊은 재권을 그는 자신에게 딱 맞는 옷을 입은 듯 태연하게 연기했다.
“사실 이 영화 오디션을 세 번 봤어요. 성민 역이랑 원태 역으로도 봤는데 재권 역이 돌아왔죠. 처음엔 신재권이란 캐릭터는 뭘까 엄청 생각했어요. 성민은 소심하고 원태는 우직하고 지휘하는 행동대장 같은 느낌, 태영이는 말이 적고. 재원은 말은 많은데도 딱 느낌이 없어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이런 친구가 우리 주변에도 있긴 한데 마땅하게 떠오르는 건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친구가 있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캐릭터를 만들지 말자고 결정했죠.”
신강우는 시나리오와 인물에게 지나치게 의지할 수도 있는 신인 입장에서 당돌하면서도 당찬 선택을 내릴 줄도 알았다. 그런 그의 결정이 재권의 외형에도 영향을 미치며 점차 재권에게 몰입하는 결과를 만들었다.
“재권의 호일펌도 저는 마음에 들었어요. 원래 4인방이 헤어스타일이 비슷했는데 넷이 키가 비슷하니까 헤어스타일까지 비슷하면 안되겠더라고요. 캐릭터가 보여야하니까 염색을 할까도 했죠. 이젠 두발자유된 학교도 많으니까. 그러다가 헤어메이크업 담당하는 스태프가 호일펌이 어떤지 물어보셨는데 딱 느낌이 왔습니다.”
이처럼 자신의 캐릭터를 착착 쌓아가던 신강우는 스크린에서 존재감을 뽐내며 성공적인 데뷔를 알렸다. 그럼에도 그는 현장에서 함께 한 선배배우들의 배려 덕분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우리 4인방 모두 김정태, 김승우 선배님께 많은 힘을 받았어요. 두 분은 촬영이 끝나셔도 촬영장을 지켜주셨습니다. 김정태선배님은 함께 있는 상황이면 프레임 밖에서라도 시선을 맞춰주셨고 김승우선배님은 항상 모니터를 봐주시면서 ‘이거는 고치면 좋겠다’고 조언해주셨죠.”
두 선배의 든든한 지원 속에서 진행된 촬영은 그래서 화기애애했는지도 모른다. 후배들은 선배들을 믿고 선배들은 후배들을 받쳐주었기 때문에. 그러나 신강우는 때로는 두 선배의 따끔한 충고에 죄송한 마음도 들었단다.
“클라이막스인 옥상 장면을 마지막 날 촬영했어요. 그런데 하필 그날 4인방은 너무 신나서 조금 떠들다가 혼나기도 했어요. 마지막 날이니까 승우선배님이 고생많았다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고 말씀하시면서도 ‘배우에게는 이 날이 슬픈 게 정상이야’라고 덧붙이셨죠. 그때는 끝났단 느낌도 없고 내일도 또 볼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뒤풀이에서 동료들과 대화하면서 ‘아, 그래서 그렇게 말씀하셨구나’ 느꼈어요.”
촬영장의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마침내 완성된 영화를 봤다는 신강우. 그런 그가 자신의 첫 데뷔작에 대해서는 어떤 느낌을 받았을까.
“처음 역할을 맡았을 때는 정말 설레고 좋았어요. 그런데 막상 영화가 완성되고 지인들을 초대해서 영화를 보려니까 조금 부끄럽더라고요. 저도 모르게 스크린을 보면서도 자꾸 눈을 돌리고 얼굴을 가리면서 봤어요.”
신강우는 이렇게 풋풋한 신인의 면을 보이면서도 벌써부터 꼼꼼한 배우의 면모도 보였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질문한 기자에게 담담하게, 그러나 명확하게 다음과 같이 대답해 앞으로의 행보를 더욱 기대하게 만들었다.
“두 달 전인가,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연기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형식적으로 보이지만 그 마음이 왜 생겼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현장에서 승우 선배님이 ‘나는 아직도 어려워 연기가. 안 아쉬운게 어딨겠어’라고 하는데 그말이 가슴에 박혔어요. 17년 선배가 어렵다는데 제가 좌절하면 안된다고 생각했죠. 저는 아직 제 길을 못 찾았어요. 그걸 찾았을 때 남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이슈팀 이슈팀기자 /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