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방송된 SBS 드라마 ‘추적자’는 평범한 형사(손현주)가 딸이 갑작스럽게 죽자 억울한 누명을 밝히고 사회의 부조리에 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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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인을 저지른 망나니 재벌 2세에 의해 살인범 누명을 쓰고 있는 선량한 아버지를 구해내야 하는 아들 유승호. 이 복수극에 시청자들이 몰입돼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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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인을 저지른 망나니 재벌 2세에 의해 살인범 누명을 쓰고 있는 선량한 아버지를 구해내야 하는 아들 유승호. 이 복수극에 시청자들이 몰입돼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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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인을 저지른 망나니 재벌 2세에 의해 살인범 누명을 쓰고 있는 선량한 아버지를 구해내야 하는 아들 유승호. 이 복수극에 시청자들이 몰입돼 있다. |
1천340만여명의 관객을 동원해 한국영화 역대 흥행기록 3위를 기록한 2015년 영화 ‘베테랑’도 평범한 화물트럭기사 정웅인을 혼수상태에 빠트린 후 투신자살했다고 덮어씌우고 법망을 빠져나가려는 망나니 재벌 3세 조태오(유아인)를 형사 서도철(황정민)이 잡는 얘기다.
현실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흙수저들의 억울한 사건을 해결하는 형사로 황정민이나 손현주 등 연기 잘하고 수수하게 생긴 배우들이 인기를 얻고 있는 것도 흥미롭다.
요즘 인기리에 방송되고 있는 SBS 수목극 ‘리멤버-아들의 전쟁’도 억울하게 당하는 서민의 복수 서사다. 영화 ‘변호인’의 윤현호 작가가 집필하는 ‘리멤버’는 사건을 법정으로 끌어들여 법정 장르를 취하면서 현실에서 뉴스로 접할만한 실화 모티브에 아빠와 아들간의 가족애를 복합적으로 다루고 있다. 스토리 전개에는 우연과 비약이 있지만 시청률이 15%를 넘어섰다.
여기에도 일호그룹 창업자 아들인 ‘금수저’ 남규만(남궁민)이 아르바이트 나온 서촌여대생을 우발적으로 죽이고, 그 죄를 별장관리인 서재혁(전광렬)에게 덮어씌운다. 서재혁의 아들 서진우(유승호)는 아버지의 무죄를 밝혀낸다는 내용이다.
비뚤어진 재벌 자제가 힘없는 서민에게 죄를 뒤집어씌운다는 점에서는 영화 ‘베테랑’의 모습이 있고, 그 재벌과 검사, 형사가 유착했다는 점에서는 정-관-언론의 부패구조를 드러낸 ‘내부자들’의 모습도 있다.
차별점은 ‘리멤버’가 무엇이든 기억해내는 과잉기억증후군을 앓고 있는 천재 변호사 서진우가 알츠하이머병으로 점점 기억을 잃어가는 아버지 서재혁을 ‘빨리’ 구해내야 하는 시한부상황이라는 점.
이와 함께 조폭 변호사 박동호(박성웅)가 서진우를 도와주는데, 아직은 남궁민이 만만한 상대가 아님을 알고 한발 물러선 상태에서 박동호 변호사가 서진우에게는 배신자로 인식되며 선악캐릭터 여부가 모호한 상황. 서재혁의 무죄를 밝히기 위해 검사가 된 박민영도 서진우에게는 든든한 존재다.
이 드라마의 높은 시청률은 억울하게 당한 서진우 가족에게 감정이 이입되면서 언젠가는 시원한 ‘사이다형 복수’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심리에 기인한다.
악역들이 맹활약할수록 그 기대심리는 더욱 더 올라간다. 망나니 재벌 2세 남궁민은 죄의식이 없는 사이코패스다. 거기에다 남궁민 보다 훨씬 더 교묘하고 정교하게 힘의 논리를 관철시키는 일호그룹 창업주인 남일호 회장(한진희)이 뒤에서 조정한다.
또 홍무석 검사(엄효섭)와 곽형사(김영웅)는 자본과 권력의 충직한 개가 돼있다. 힘 없고 ‘빽’ 없는 서민은 어디서 하소연해야 하나? ‘어린 히어로’ 서진우는 남궁민이 쳐놓은 함정에 빠져, 남궁민이 청부살인한 증인의 살인자로 지목돼 있다.
대중문화는 대중의 결핍 요소를 포인트 삼아 대중심리를 건드린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잘 실현되지 않는 권선징악 스토리만으로는 높은 호응을 얻기 어렵다. 악에 대한 선의 복수는 판타지 요소가 있더라도 현실에 바탕을 둔 판타지여야지, 뜬구름 잡는 판타지여서는 안된다.
그런 점에서 ‘리멤버’에서 서진우 변호사가 일호생명 남규만사장이 부사장을 추락시키기 위해 만든 인턴 여직원 성추행의 증거 동영상이 조작된 점을 밝혀 부사장을 구해내는 것은 좋은 에피소드다. 그리고 서진우는 한국을 떠나는 부사장으로부터 일호그룹 비자금 파일을 건네받았다.
복수라는 ‘이상’을 수행하지만 ‘현실(적인 장벽)’을 누구보다도 잘 알 정도의 경험을 가진 박동호 변호사도 결국 한 건을 올릴 것이다. 물론 너무 많은 것을 기억해내는 병을 가진 서진우 변호사가 비상한 기억력으로 아버지의 무죄를 입증할만한 결정적인 단서를 잡게 될 것이라는 희망도 가져본다.
흙수저들이 갈수록 살아가기 힘든 세상이다. 헬조선과 금수저 논란은 흙수저들의 박탈감을 반영한다. 하지만 대중문화는분노와 냉소, 공분의 상품화만으로는 지속화가 어렵다. 현실에서는 ‘재벌’과 ‘갑’이 이기고, 드라마에서는 ‘서민’과 ‘을’이 승리한다는 단순 설정과 구도는 점점 고리타분해진다. 선악구도도 단순하지 않고 좀 더 복합적이고 입체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억울하게 당한 쪽의 뻔한 복수가 아니라, 좀 더 정교하고 기발하거나 차원 높은 복수를 기대하는 것도 이런 이유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