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로운 기자’를 꿈꾸는 당신이라면…

최근 ‘기자’라는 직업인 캐릭터는 영화 속에 제법 얼굴을 내비치고 있다. 영화도 일종의 ‘사회 고발 메시지’를 전하는 매체일 터. 그래서인지 영화에 자주 기자가 등장하는 것도 어색하지 않다.

지난해 ‘내부자들’에서 권력에 줄을 대던 이강희(백윤식)가 부패한 언론인의 이미지를 강하게 각인시켰다면, 올봄 극장가에는 기자들이 ‘정의의 화신’이 되어 돌아왔다. 지난 24일 개봉한 ‘스포트라이트’(감독 토마스 매카시)와 3월3일 개봉을 앞둔 ‘섬, 사라진 사람들’(감독 이지승)에서다.

29일 열린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의 영예를 안은 ‘스포트라이트’는 미국 3대 일간지인 ‘보스턴 글로브’가 지난 2002년 가톨릭 사제의 아동 성추행 사건을 폭로한 실화를 담았다. 

팀장 로빈슨(마이클 키튼)과 마이크(마크 러팔로), 샤샤(레이첼 맥아담스) 등으로 이뤄진 ‘스포트라이트(심층취재)’팀은 신임 국장의 지시를 받아 취재에 착수한다. 성추행 피해자, 변호사, 신부들, 추기경을 상대로 취재를 진행해나가던 팀원들은 결국 지난 30년간 보스턴 내 6개 교구에서 80여 명의 신부들에 의해 아동 성추행이 지속적으로 이뤄져 왔고 추기경도 이를 알고 있었음에도 침묵했다는 정황을 파악하고 이를 보도하기에 이른다.

이 과정에서 지역 사회의 신망을 받는 카톨릭 교구, 교구를 감싸고 도는 사람들이 스포트라이트팀에 보내는 싸늘한 시선, ‘과연 이걸 보도할 수 있겠느냐’는 의심의 눈초리들도 끊이지 않았다. 영화는 이를 극적인 갈등으로 과장하지 않고 담담하게 풀어낸다. 기자의 소임도 마찬가지다. 단지 “다신 이런 일이 벌어져선 안 된다”는 생각만을 갖고 우직하게 나아가는 기자들을 포장하지 않고 담백하게 그렸다. 

영화 ‘스포트라이트’(위)와 ‘섬, 사라진 사람들’스틸컷

3월3일 개봉하는 ‘섬, 사라진 사람들’은 지난 2014년 세상에 알려졌던 염전노예 사건을 모티브로 작은 섬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범죄 스릴러다.

‘공정뉴스’의 사회부 기자인 혜리(박효주)가 외딴 염전에서 인부들을 노예처럼 부리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카메라 기자인 동료 석훈(이현욱)과 단 둘이 현장 취재에 나서면서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는 구성이다. 이들이 이 곳에서 만난 신원불명의 노예 상호(배성우)와 염전 주인(최일화), 그의 아들(류준열)을 둘러싼 비밀이 서서히 밝혀진다.

기자들의 ‘1인칭’ 시각에서 보여지는 사건의 면면은 생동감이 넘친다. 취재를 가로막는 섬 사람들, 이에 대한 자동반응으로 샘솟는 기자의 호기심, 취재 방해, 밝혀지는 이야기들이 숨가쁘게 펼쳐진다.

영화 러닝타임의 반 이상은 카메라 기자가 찍은 영상의 관점으로 구성됐다. ‘스포트라이트’ 팀의 팀워크와 선진적인 탐사보도 시스템이 만들어낸 ‘큰 그림’과, ‘섬, 사라진 사람들’의 날것 같은 취재기, ‘본격 기자윤리 고양 영화’의 관전 포인트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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