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현 박상연 작가는 이미 큰 인기를 끌며 방송된 KBS ‘정도전‘과 이야기 중복를 피해가면서, ‘뿌리깊은 나무’의 프리퀄 형태로 연결시켜야 하는 부담을 안고 출발했다. 고려말 왕을 능가할 정도의 실질적 권력자였던 이인임(정도전에서는 박영규)의 이름을 이인겸(최종원)으로 바꿔 ‘정도전’에서의 정도전-이인임의 관계와는 또 다르게 보이려고 애썼다. 개혁의 일환으로 양전을 시행하려는 관리들을 죽이는 비밀조직 무명과 밀본 조직을 어떤 식으로 연결시킬 지를 보는 것도 흥미로웠다.
육룡중 분이, 무휼, 이방지 캐릭터도 ‘뿌나‘와 어떤 식으로건 연결이 되는 캐릭터다. 가난한 백성, 착취당하는 백성들을 대변해온 분이(신세경)는 반촌으로 들어가면서 캐릭터가 약화됐다. 별로 할 일이 없어졌다. 분이는 이상화된 공동체 반촌을 책임지기는 하지만, 대의명분과 사랑 사이에서 어정쩡한 스탠스를 보여왔다. 반촌은 ‘뿌나’에 나오는 밀본들이 활약의 거점으로 삼았던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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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룡‘은 퓨전이 가미된 사극답게 역사적 상상력을 발휘하게 해준다. 어떻게 보면 답답한 전개일 수도 있지만, 조금 자세히 보면 생각할 거리를 시청자에게 던지는 방식이다. 가령, 이방원이 정도전을 제거하는 과정에, 요동정벌 문제가 나온다. 국사책에는 요동정벌 이야기는 그리 자세하게 서술돼 있지는 않다.
‘육룡’은 요동정벌과 이와 관련된 조선초 집권세력들의 이해관계를 무려 30분 정도를 할애해 설명했다. 대단한 뚝심이다. 이런 점들로 인해 ‘육룡‘은 역사와 똑같이 진행된다 해도 생각하면서 볼 수 있게 된다.
‘육룡’은 무협을 베이스로 하고 있기도 하다. 기본적으로 여섯 인물이 ‘구체제’인 고려를 무너뜨리고 ‘새 국가‘인 조선을 건국하는 석세스 스토리이다. 하지만 ‘무’만으로 기능별 롤플레이식 전개를 보이는 게 아니라 ‘협‘의 세계, 의리의 세계가 있다. 무휼과 이방지, 길태미, 길선미, 척사광의 칼은 성격이 조금씩 다르다.
가령, 고려 마지막 왕이 된 정창군(왕요)을 한없이 사랑했던 무림 최고 고수 척사광(한예리)은 반촌에서 정창군의 두 아들을 키우며 반촌에서 숨어지내다, 이방원의 무기고를 봤던 한 아들을 이방원파에게 잃게 됐다. 사랑하는 남편은 이성계와 정도전에게 잃고, 그 아들은 이방원파에게 잃은 척사광의 마지막 복수의 칼날은 의미심장한 일격이 될 것이다. 척사광의 눈빛에는 강렬하고도 서글픈 복수의 향기가 느껴진다.
이방원의 입장에서 보면 조선 건국 이후 큰 대립각을 이뤘던 인물들은 대부분 퇴장했다. 이방원이 이제 어떤 행보를 취할 것인지, 그에게 또 어떤 인물들이 위험요소로 다가올 것인지가 남아있다. 49회 예고 영상에서는 이방원과 무명의 살벌한 대립이 노출됐다. 여기에 함께 얽힌 분이(신세경)와 이방지(변요한), 무휼(윤균상)까지 얽혀있다. 개혁세력의 무사로 같이 출발한 무휼과 방지는 어느덧 서로 다른 입장에 놓여있다. 방지는 모시던 주인도 잃고 사랑하는 연희(정유미)도 잃었다.
이방원과 그 추종세력, 무휼(‘뿌나’에서는 이도의 호위무사가 됨), 방지(장혁이 맡은 노비출신 관원 채윤의 무술스승이자 무술 실력을 숨기는 말직무관), 분이가 각각 어떤 식으로 자신의 캐릭터 성격에 종지부를 찍을지를 보는 것도 흥미로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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