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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토링금융을 비롯한 종합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하나파이낸셜(대표 서니 김)이 지난해 한인 비은행권 기업 중 맨처음 신설한 ‘ABL(Asset Based Lending·자산담보대출)’ 분야가 성과를 내고 있어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하나 파이낸셜의 ABL 부서는 GE 캐피털과 유니언 뱅크를 거치며 주류 금융권에서 ABL 전문가로 공인된 클라크 그리피스가 대표를 맡고 있다. 팩토링 및 대출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앨버트 페레즈씨는 Chief Risk Officer(CRO)를 맡아 그리피스 대표와 콤비를 이룬다.
팩토링 업계는 고객업체가 파산을 선언해 수금이 중단되면 도미노처럼 무너지는 업계의 특성상 대출금 회수를 위한 컬렉션 부서를 포함해 다수의 인력을 필요로 한다. 인력집약적인 사업이란 뜻이다. 반면 ABL은 팩토링에 비해 위험은 적으면서도 수익성은 높고 인력 집약적이 아닌 인재 집약적인 사업이다. 손실의 상당부분을 보험으로 메울 수 있어 자금 회수율이 99%에 이르며 전문 지식을 갖춘 소수 인력만 있으면 정보와 네트워크를 활용해 대출 업무를 쉽게 진행할 수 있다. 하나파이낸셜 ABL부서가 그리피스 대표와 페레즈 CRO 단 두명으로 무난히 운영되고 있는 이유다. 단순 계산으로도 1분기에 2명이 800만달러의 대출실적을 이뤄냈으니 만한 저비용 고효율 사업이 없다.
ABL은 자본 기초(크레딧 포함)가 취약해 은행대출을 얻기 어려운 기업이 금융기관(비 은행권)에서 돈을 빌린다는 의미에서 한인 사업주들에게 익숙한 팩토링과 유사하다.
그리피스 대표는 “금융기관이 기업으로부터 상업어음 혹은 외상매출 증서 등을 포함한 매출 채권(외상매출금, Account Receivable)을 매입하고 이를 담보로 자금을 융통하는 시스템이 팩토링이라면, ABL은 매출채권이 아닌 기업이 가진 자산을 기준으로 자금을 대출한다. 비 은행권이 제공하는 ‘라인 오브 크레딧’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자산에 포함되는 개념도 단순 매출채권에서 나아가 인벤토리와 기계, 장비 등으로 넓다. 매출채권과 인벤토리는 85%, 기타 자산은 50% 선에서 대출을 제공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당장 매출을 올리는데는 어려움이 있지만 그간의 실적이 확실하고 상품 외에 부동산 등 다양한 자산을 보유한 한인 기업들에게는 팩토링에 비해 선택의 폭이 훨씬 넓고 유용한 상품으로 보인다.
그리피스 대표는 “은행 대출에 비해 서류 작업이 간단하며 대출 승인기간도 짧은데다 대출 상환 기간을 포함한 다양한 조건을 고객 위주로 조정할 수 있는 것도 ABL의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하나 파이낸셜 서니 김 대표는 팩토링 업계의 수익 감소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판단으로 지난해 초 과감한 체질 개선을 단행, 그 일환으로 ABL부서를 출범시켰다. 그리고 1년여가 지난 현재 ABL 부서 런칭이 탁월한 선택이었음을 입증하고 있다.
지난해 하나파이낸셜은 팩토링 분야에서 약 17억 4000만달러의 수익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진다. 전년 대비 약 1%(약 1500만달러) 감소한 수치라고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이같은 실적에 대해 그야말로 ‘선방한 것’이라며 혀를 내두른다. 영업수익이 매년 두자릿수 씩 줄어드는 팩토링 업계의 현실을 감안할 때 그렇다는 것이다.
하나파이낸셜의 ABL부서는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간 올해 1분기 약 800만달러의 실적을 기록했다. 2분기에는 1000만달러 수익을 기대하고 있으며 올해 누적 실적 또한 최소 4000만달러는 무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팩토링 부분에서 발생한 마이너스를 충분히 메꾸고도 남는다.
특히 각국 금융당국이 ‘SIFI(systemically important financial institutions·대형 위기에 빠질 경우 경기 대란을 일으킬 수 있는 금융기관을 뜻하는 말)’를 중심으로 은행의 대출 및 자산 관리 규정을 강화하고 있는 시점과 하나파이낸셜의 ABL 진입 타이밍은 실로 절묘하게 들어맞고 있다. 은행권이 규정에 따라 부실 대출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되는 중소형 대출을 정리하기 시작하면서 은행권에서 탈락한 상당수의 기업이 ABL 부서의 잠재적 고객층으로 편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가 한인 금융업계의 ‘아웃 라이어(특정 분야에서 탁월한 실적을 올리는 사람을 뜻함)’로 손꼽히는 이유를 다시 한번 증명한 셈이다. 최한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