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속적 성공만을 좇던 한 변호가가 알츠하이머 병에 걸리면서 주변 사람들이 충격을 받는 드라마가 아니다. 본인을 비롯해 가족, 친구, 직장동료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될지를 생각해보게 하는 드라마다. 여기서 자연스럽게 삶의 소중함과 희망, 이런 가치를 깨닫게 된다.
김지우 작가는 깊이 있는 취재를 통해 극적 인물들을 만들어 낸후 속으로 들어간다.
클라이언트의 이혼 소송을 맡은 변호사가 올바름을 실천하기 위해(?) 자신의 클라이언트에 불리한 자료를 상대쪽 변호사에게 넘기는 장면은 변호사 세계를 대충 취재해서는 나오기 힘든 상황이요 설정이다.
김 작가의 대사 한 마디 한 마디에는 인물들의 성정과 심리를 반영하는 섬세함이 깃들어 있어 묵직한 주제를 툭툭 건드리며 극의 몰입도를 배가시키고 있다.
또 박찬홍 감독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극적 효과를 점점 끌어올리는 연출자다.
‘기억’의 주옥 같은 명대사의 향연으로 시청자들에게 더 없는 위로와 힐링을 선사하고 있다.
주인공 박태석(이성민 분)의 희미해지는 기억을 통해 더욱 선명해지는 감동을 전하고 있는 ‘기억’이 보는 이들에게 응원을 전하는 메시지들로 회자되고 있는 것.
성공만을 좇으며 살아왔던 박태석에게 알츠하이머란 병은 재앙같은 선물이 되어주고 있다. 너무나 평범해서 놓쳤던 가족과 삶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주고 있음은 물론 ‘진실’과 ‘기억’이 지닌 가치를 되짚게 만들고 있다.
지난 7회 방송에서는 태석의 아들 정우(남다름 분)가 따돌림에 시달렸던 자신을 위해 가슴 뜨거운 변론기를 펼친 아빠에게 “희망은 좋은 거예요. 최고의 선물이거든요. 그리고 좋은 건 절대 사라지지 않아요”라는 영화 ‘쇼생크탈출’의 대사를 읊어주었다. 너무나도 멋졌던 아빠의 모습을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다는 아들의 말은 태석과 시청자들에 큰 울림을 안겼다.
이후 태석은 12회 방송에서 정우에게 알츠하이머를 고백하며 아들이 했던 말을 되새겼다. “정우가 아빠한테 그랬지? 희망은 좋은 거라구. 아빠는 믿어. 좋은 건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고 했던 말. 아빠가 힘내서 씩씩하게 이겨낼 거니까 너무 걱정하지마”라고 안심시켜 주었다. 이 대사들은 이들 가족이 품은 희망의 힘이 얼마나 아름답고 큰지를 절감케 했던 대목이었다.
또한 9회 방송에서는 교만하고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살아 천벌을 받는 것 같다는 태석의 고백이 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붉혔다. 좋은 사람이었던 적이 있나 싶다는 태석의 말에 아내 영주(김지수 분)는 “나한텐 항상, 당신이 세상에서 제일 귀하고 좋은 사람이고,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라는 대사로 위로했다. 부부의 대화는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어루만졌다.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은 대사들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는 tvN 10주년 특별기획 금토드라마 ‘기억’은 오는 29일(금) 저녁 8시 30분에 13회가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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