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표] 소방관들의 트라우마

소방관들은 국민안전의 최전선을 지켜내고 있는 소중한 존재들이다. 하지만 이들이 수많은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는지는 잘 모른다. 지난 24일 방송된 SBS스페셜 ‘슈퍼맨의 비애’는 이 문제를 진지하게 다뤘다.

많은 소방관들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우울증, 무기력,불안을 겪고 있었다. 직업 수행과정중 어쩔 수 없이 접하게 되는 참혹한 사고나 시신을 목격하면서 생기는 현상이다. 특히 첫번째 출동에서 본 사고장면이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 트라우마가 되는 경우가 많다. 미국에서는 아예 첫 출동전 미리 시뮬레이션으로 비슷한 상활을 간접체험하게 해 실제 충격을 완화시켜주는 방식을 쓰고 있다고 했다.

국민안전처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소방공무원의 순직자가 27명, 자살자가 41명라고 한다. 2015년에는 순직한 소방관보다 자살한 소방관 수가 6배나 많은 최악의 기록을 남겼다. 과연 이 통계들이 맞는지 의심해야 할 정도로 비정상적인 상황을 접하며 우리가 소방관의 삶에 대해 얼마나 무관심한지 알 수 있었다.

소방관들은 가장 필요한 순간에 국민들을 화재·구급·구조 현장에서 구해내는 사람이다. 국민들에게는 ‘슈퍼맨’이다. 강해야 한다는 인식을 강요받는 이들은 트라우마나 우울증을 공개하기 어렵다고 한다. 우리 사회의 대표적 감정노동자들인 소방관들의 비애다.

소방관들은 평균수명이 가장 짧은 공무원이다. 동료의 순직도 목격해야 하고 동료시신까지 수습해야 한다. 이들은 동료에 대한 부상이나 상실이 더 큰 충격을 준다고 한다. 소방관들이 정신적으로 힘들어하고 있다. 본인도 모르는 사이 죽음을 결심하고 술에 의존하게 되며, 잠에 들 수 없을 만큼 괴로워한다. 소방관의 삶에 둔감한 사회는 결코 행복한 나라가 될 수 없다. 이들이 필요하면 언제건 치료부터 받게 해야 한다.

서병기선임기자/wp@heraldcorp.com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