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②] ‘생애 첫 영화’ 김태리, “칸에서보다 한국 개봉이 더 떨려요”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신인배우 김태리(26)는 분명 “떨고 있다”. 1500:1이라는 엄청난 경쟁률 가운데서 박찬욱 감독이 자신 있게 선택한 그이지만 영화 개봉을 앞두고 떨려오는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칸에서 영화를 볼 때 생각했어요. 한국 분들이 어떻게 보실지. 칸에서보다 지금이 더 떨리는 것 같아요.”

그의 이야기마다 관객이 영화를 재밌게 봐주었으면 하는 바람, 자신의 연기가 통했길 바라는 마음이 전해진다. 미세한 긴장감에 더해 지금 그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한 즐거움, 호기심, 그리고 자신감도 엿보인다. 영화 ‘아가씨’에서 하녀 숙희를 연기한 김태리를 개봉 전날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신인배우의 싱그러움이 기분 좋은 만남이었다. 

박찬욱 감독의 신작 ‘아가씨’로 데뷔한 배우 김태리를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이게 내 욕심인 건지, 내 위치에서 맞는 선택인 건지. 제 나름의 고민을 거치면서 확신을 하는 게 급선무였던 것 같아요.”

모두가 주목하는 박찬욱 감독 신작의 주인공. 영화에서 제일 먼저 등장해서 끝날 때까지 등장하는 인물. 동성애 소재에 동성과의 베드신까지. 그의 고민이 깊어 질만 하다.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국 ‘내 욕심만은 아니다, 나한테 도움이 될 거다’라는 결론을 내렸죠. 감독님께서 자신 있다고, 제 경력 없음이 상관없다고 말씀해 주셨던 것도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됐어요.”

그의 고민을 아는지 모르는지 상대 배우 김민희는 “태리 양이 제일 현장을 즐긴 것 같다”고 말했다. 김태리는 “음… 글쎄요”라면서 말을 가다듬었다. 

‘아가씨’ 스틸컷[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제가 돌아다니는 걸 좋아해서 한 곳에 안 붙어 있고 이곳저곳 기웃거렸거든요. 마음을 편하게 먹으려는 수단이었죠. 스텝들이랑 말도 하고 촬영할 장소 탐색도 하고, 숨도 좀 쉬고. 가만히 앉아있는 것보다 긴장을 푸는 데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첫 영화로 박찬욱 감독을 만난 김태리는 “다른 영화 현장은 잘 모르지만…”이라며 소감을 이야기했다. “감독님은 전혀 권위적이지 않으시고 편하게 대화할 수 있었어요. 촬영 전에 저를 많이 부르시더라고요, 대본 리딩을 많이 했어요. 하다가 어려운 부분 있으면 상의를 많이 했고요.”

사기꾼과 결탁해 아가씨를 속여 한탕 챙기는 일에 가담했다가, 아가씨를 사랑하게 되는 캐릭터에 대한 연구도 ‘빠삭했다’. 동성애 코드에 대한 이질감은 없었다. “이해가 안 됐다거나 하는 부분은 하나도 없었다”고 말했다.

“사랑하는 감정을 갖는 경로가 여러 가지인 것 같아요. ‘아무것도 모르는 아가씨를 내가 지켜줘야지’ 하는 마음, ‘죄 없는 아가씨를 속이고 있다’는 죄책감, 속이 검은 사기꾼과 친하게 지내는 걸 지켜보는 질투심 등이 복합적으로 얽혔다고 생각했어요.”

박찬욱 감독의 신작 ‘아가씨’로 데뷔한 배우 김태리를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그에게 어려웠던 점은 ‘이해’보다는 ‘표현’이었다고 했다. “저에겐 숙희가 이 대사를 어떻게 말하느냐의 문제뿐이었던 것 같아요.”

김태리는 표현에 있어서 내레이션이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영화를 보면서 가장 아쉬웠던 것도 “탁 집어서” 내레이션이란다.

“감독님이 장단음이나 세세한 디테일에 많이 신경을 쓰셨는데, 제가 아직 경험이 없다 보니 많이 힘들더라고요. 첫 장면에서 나의 정체에 대해 토로하는 그 한 마디가 기억에 남아요.”

박찬욱 감독의 신작 ‘아가씨’로 데뷔한 배우 김태리를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그는 대학생이 되기 전까지 평범하기만 한 학생이었다. 경희대학교 신문방송학과에 입학하고서 ‘대학생활을 재밌게 보내고 싶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연극 동아리를 들어갔다. 연기도 하고 무대 뒤에서 스텝도 하고, 계속해서 재미가 커졌다. 연기를 해야겠다는 결심이 확고해졌다.

“전 지금까지의 흐름이 되게 자연스럽거든요. 계속해서 운이 좋고 톱니바퀴가 잘 맞아떨어져서 굴러온 것 같아요. 그래서 ‘1500:1’ 이런 말씀 해 주시는 것도 저는 너무 쑥쓰러워요.”

초반부터 엄청난 관심이 쏠린 데 대해 부담감은 없을까. “부담감이 들어도 없애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들뜨지 않으려고요.”

지금 그에게 일어나는 일 가운데 무엇이 가장 재미있는지 궁금했다. “연기할 때가 제일 재밌었어요.” 그는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박찬욱 감독의 신작 ‘아가씨’로 데뷔한 배우 김태리를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영화 홍보나 인터뷰 같은 거, 이전엔 이런 게 있는지도 몰랐어요. 전 그냥 영화를 재밌게 본 주변 사람들과 영화 이야기를 하는 게 제일 재밌는 것 같아요.”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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