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DM의 정체는?= EDM을 풀이하면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Electronic Dance Music)’으로 말 그대로 전자 댄스 음악이다. “일렉트로닉 안에 테크노와 하우스가 있다고 하면 그 하위 장르로 EDM이 있다고 볼 수 있어요. 댄스를 위한 음악인거죠.”(‘백투더하우스(Back to the House)’ 저자 이대화) 일렉트로닉 뮤직 아티스트 민영은 “춤을 추기 위한 음악 전반을 ‘댄스 뮤직’이라는 장르로 말하지는 않듯 EDM도 장르로 보기 어렵다”고 말한다.
EDM을 일렉트로닉 뮤직의 하위 장르라고 보는 시선부터 장르가 아니라 현상을 칭하는 용어로 보는 견해가 있는가 하면, 아예 다른 장르라는 견해도 있다. “EDM은 일렉트로닉 뮤직과는 아예 다른 장르죠. 같은 재료로 만들었다고 해도 똑같은 음식이 나오는 게 아니듯 같은 전자음악을 썼다고 다 같은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허니배저레코드 김준수 대표) 일렉트로닉 뮤직 아티스트 제이핏츠(JFITZ)는 “EDM은 장르라기 보다는 그냥 페스티벌이나 대형 클럽에서 댄스를 위해 만들어진 음악이나 그런 문화를 표현하기 위해 생긴 말 정도 인 것 같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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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UMF 제공] |
다분히 상업적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허니배저 레코드 김 대표는 “미디어 등에서 EDM을 노출시키고 대중문화계에서 EDM이란 용어가 나와서 상업적으로 쓰이는 단어라고 생각이 된다”며 “실제 일렉트로닉 음악이 다 그런게 아닌데 더 자극적이고 댄스를 위해 더 강한 비트를 넣으면서 대중의 인기를 얻게 되면서 EDM이란 말이 생겼기 때문에 같은 일렉트로닉뮤직이라기엔 시작이 다른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 EDM이란 용어의 시작은?= 사실 EDM이란 말이 나온건 역사가 깊지 않다.
일렉트로닉 뮤직의 역사를 다룬 책 ‘백투더하우스’ 저자 이대화씨는 “2010년을 전후해서 대형 클럽을 중심으로 일렉트로닉 뮤직이 붐이 일었을때 이를 표현하는 말로 EDM이 만들어 졌다”며 “미국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유럽에서 일렉트로닉 뮤직이 넘어와 빌보드 차트를 석권하고 클럽에서도 널리 퍼지게 돼 같은 용어를 쓰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최근 이 용어를 쓰지 말자는 움직임이 미국 내에서도 일고 있다”며 “유명 음악 잡지들에서도 ‘도대체 EDM이란 용어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고 아티스트들도 선을 긋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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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프랑스 일렉트로닉 듀오 ‘다프트 펑크’] |
실제로 미국에서도 2010년을 전후해 EDM이 일렉트로닉 뮤직 전반을 지칭하는 단어로 쓰이기 시작했다. EDM은 하우스, 일렉트로 하우스, 딥 하우스, 테크노 등 말 그대로 일렉트로닉 음악 전부를 포괄할 수 있는 단어로 문제 없이 사용됐다. 2011년에는 ‘울트라 뮤직 페스티벌(Ultra Music Festival(이하 UMF))’이 규모를 확대해 나가면서 EDM 페스티벌의 대표주자로 떠올랐다. 이때부터 EDM의 중심은 유럽에서 미국으로 넘어왔고 EDM이란 단어가 몸집을 불린 계기가 됐다.
▶ EDM 용어 논란 본격화= 일렉트로닉 음악계의 전설인 아티스트 피트 통(Pete Tong)은 2013년 EDM이란 용어에 대해 일침을 가한다. “EDM 이라는 단어를 2년 전에 인터뷰에서 사용했다면, 이는 우리에게 모두 다 같은 의미로 다가왔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말하는 댄스 뮤직, 일렉트로닉 뮤직으로 말이다. 그런데 지금의 EDM은 싸구려, 매우 거대한 것, 라스베가스 스타일의 어떤 것을 말한다. 이제 EDM은 특정 장르의 음악을 지칭하며, 우리 모두에게 같은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 사실, 미국을 제외한 나라의 사람들에게 EDM은 미국적인 사운드(American Sound)를 의미할 뿐이다.” 이때부터 미국에서는 EDM이 사람들을 흥분시키기 위한 댄스 뮤직, 조악하고 수준 낮은 일렉트로닉 음악을 의미하는 부정적 의미를 내포하기 시작했다.
일렉트로닉 아티스트인 데드마우스(deadmau5)는 진작부터 EDM과 선을 그었다. “EDM은 이제 ‘Event Driven Marketing(공연 주도형 마케팅)’이다”라며 클럽이나 패스티벌 등 공연 위주의 상업성을 띤다고 비판했다. 미국에서는 데드마우스를 비롯한 수 많은 아티스트가 EDM이라는 단어에 염증과 혐오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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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UMF 제공] |
▶ 한국에서의 EDM은?= 우리나라의 언더그라운드의 아티스트들의 생각도 같았다. 지난 4일 탈영역 우정국에서 열린 제 4회 ‘암페어(AmFair)’에 참여한 20여명의 아티스트들은 모두 입을 모아 “EDM이란 단어와 일렉트로닉 뮤직은 다르다”라고 선을 그었다. “상업적으로 쓰이는 경향이 짙고, UMF 등 대형 페스티벌을 위한 음악 정도”라고 일축했다. 우리나라가 미국의 EDM 열풍을 이어받은 탓도 있다. 우리나라의 EDM도 언더그라운드가 아닌 미국에서 건너온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대화씨는 “아직도 UMF 등 대형 페스티벌에서는 유럽과 미국 중심의 DJ들이 중심이 되고 우리나라 EDM 시장도 외국에서 건너온 게 크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EDM은 대세라지만 일렉트로닉 시장은 아직 크지 못한 점을 봐도 EDM이 일부 페스티벌이나 클럽에 집중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영기획’ 하박국 대표는 “언더그라운드 일렉트로닉 뮤직 시장에 몸 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EDM이 대세라고 해서 일렉트로닉 시장을 견인하는지는 와닿지 않는다”며 “EDM이란 단어가 역으로 일렉트로닉 뮤직에 대해 아는 계기가 된다면 좋겠지만 EDM이 다른 장르처럼 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대화씨는 “EDM이란 단어가 잘못됐다 해도 이로 인해 일렉트로닉 뮤직 전반까지 알게 되고 언더그라운드 레이블도 최신 색깔에 맞게 변할 수 있어 서로 좋은 영향을 주는게 이상적”이지만 “EDM의 열풍에 맞춰 언더그라운드마저 주류의 입맛으로만 변하면 최악의 시나리오다. 주류 음악을 의식해서 획일화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