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의 ‘신의 한 수’ 문소리= 개봉 12일째 300만 관객을 모으고 있는 영화 ‘아가씨’에는 조연이 어울리지 않는 배우가 조연으로 등장한다. ‘박하사탕’(1999), ‘오아시스’(2002) 부터 독보적인 연기파 배우로 자리를 굳혀 온 문소리가 두시간이 넘는 영화에서 달랑 ‘네 컷’ 나온다. 관객들도 “영화를 보기 전에는 문소리가 나오는 줄 몰랐다”는 반응이다.
이제서야 조우한 한국 최고 여배우와 최고 감독의 이야기에 관심이 쏠렸다. ‘아가씨’ 국내 시사회에서 박 감독은 문소리에 대한 인연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문소리 씨와 작업하는 것이 오랫동안 제 작은 소망이었다”라면서 “아이폰으로 만든 영화 ‘파란만장’에 출연하기로 돼 있었는데 촬영 당일 아기를 가졌다는 소리를 들어 무산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후 동생(박찬경 감독)이 만든 ‘만신’이라는 영화에서 문소리 씨가 굿 하는 역할을 맡았는데 그걸 보니 더 함께 영화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몸이 달았다”고 덧붙였다.
박찬욱 감독은 ‘아가씨’를 각색하면서 새로 만든 캐릭터를 문소리에게 맡겼다. 문소리가 연기한 ‘히데코’(김민희)의 이모 역할은 원작인 사라 워터스의 ‘핑거스미스(Fingersmith)’에는 등장하지 않는 인물이다. 극중 히데코의 어린 시절을 관객에게 설명하는 데 있어 비중 있게 등장한다. 박 감독은 역할은 작지만 중요한 배역이라며 문소리에게 제안 했고, 문소리는 특별출연 형식으로 영화에 참여했다.
박 감독은 그의 연기에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극중 후견인(조진웅)에게 얼굴이 잡혀서 흔들리는 씬에서 문소리의 모욕감을 참고 내색하지 않으려 눈을 부릅뜨고 책을 보는 연기는 볼 때마다 아름답기 짝이 없다”고 이야기했다.
▶“대세 될 줄 알았다면 덜 편집할걸…”= 드라마 ‘또 오해영’(tvN)에서 원맨쇼 열연을 펼치고 있는 서현진은 29일 개봉하는 ‘굿바이 싱글’(감독 김태곤)에 잠깐씩 얼굴을 비춘다.
‘굿바이 싱글’은 철없는 톱스타 ‘주연’(김혜수)이 아기를 갖겠다며 벌이는 코믹한 소동을 담아낸 작품. 서현진은 주연의 절친 스타일리스트 평구(마동석)의 아내로 출연하며 아줌마 몸빼바지 패션에, 할 말 하는 ‘사이다’ 성격까지 완벽하게 소화해 냈다.
극중 서현진이 돋보이는 부분은 극중 위기에 처한 주인공에게 쓴소리를 하는 장면. 서현진은 다른 사람들이 주연의 눈치를 보고 있을 때 그의 치기어린 행동이 일을 이 지경까지 몰고 왔다며 ‘꼭 필요한’ 쓴소리를 한다.
부부로 호흡을 맞춘 배우 마동석은 9일 시사회에서 “서현진이 ‘또 오해영’으로 대박이 나서 기쁘다”라며 “굉장히 소박하고 순수하면서도 열정 있고 좋은 배우”라고 추켜올렸다.
영화를 연출한 김태곤 감독도 시사회 후 이어진 미디어 간담회에서 “역할의 분량도 많지 않은데다 결혼도 안 한 여배우에게 엄마 캐릭터를 부탁하기 조심스러웠지만 흔쾌히 수락해 주어 감사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또 오해영’으로 서현진이 이렇게 잘 될 줄 알았다면 편집한 부분을 조금 더 넣을걸”이라며 재치있는 농담도 곁들였다.
▶카메오에서 조연으로= 지난 5월 개봉한 영화 ‘탐정 홍길동:사라진 마을’(감독 조성희)의 원래 설정 상 배우 고아라의 ‘황회장’ 역할은 카메오 출연이었다.
‘탐정 홍길동’은 피도, 눈물도 없는 사설 탐정 ‘홍길동’(이제훈)이 어릴 적 어머니를 죽인 원수 ‘김병덕’(박근형)에게 복수를 결심하고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이 때문에 홍길동과 원수의 대립이 부각돼 자연스레 홍길동의 오랜 친구이자 후원자인 홍회장의 역할은 작을 수밖에 없는 것.
카메오에 불과하던 고아라의 분량은 시나리오 수정 과정을 거치면서 불어났다. 독보적으로 아름다움을 풍기는 그의 역할에 영화 분위기도 살아났다. 고아라는 ‘탐정 홍길동’ 시사회에서 “조성희 감독께서 수정을 많이 해 주시면서 장면이 많이 들어갔다”라며 “속편이 나온다면 황회장이 또 다른 이야기를 이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고아라는 영화 속 작은 비중에도 불구하고 영화 홍보에는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나섰다. ‘탐정 홍길동’ 영화사 관계자는 “고아라 씨가 이 영화를 굉장히 좋아했다”라며 “바쁜 스케줄 중에도 시간을 쪼개서 지방 무대인사 일정에까지 동행하곤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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