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 연예톡톡]‘진사’ 이시영, 여느 에이스 병사와 다른 점

[헤럴드경제 =서병기 선임 기자]군대에서의 훈련은 해내지 못할 걸 예상하고 시킬 때가 많다. 피교육생 입장에서 보면 더욱 그렇게 여겨진다. 하기야 바로 문제나 미션을 해결해버리면 더 이상의 반복훈련을 시킬 명분이 약화돼버린다. 그래서 말도 안되는 제한시간을 부여해가며 훈련을 시킨다.

그런데 MBC ‘일밤-진짜사나이’ 해군부사관 특집에 출연중인 이시영은 순간적으로 그런 흐름을 끊어버렸다. 그는 피교육생이 훈련으로 보여줄 수 있는 최대치를 만들어냈다.

혜리가 화생방 훈련이라는 극한상황에서 뽑아낼 수 있는 최대치 애교를 선보였다면, 이시영은 훈련으로 보여줄 수 있는 최대치 습득 능력을 보여준 것이다.(‘진짜 사나이‘에서 부사관의 책무를 완전히 외워 나간 연예인은 이시영뿐이지 않을까)

훈련을 시키는 사람은 훈련을 받는 사람이 정신을 못차릴 정도로 헤매게 만든다. 훈련을 시키는 조교들은 이런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 감정 표현을 극도로 자제한다. 감정 소통 없이 명령과 복종이라는 기계적인 훈련과정만 이어가길 바란다. 피교육생에게는 눈도 잘 안보이게 선글래스를 쓰거나 모자 창을 눌러쓰고, 절대 웃지 않는다. 피교육생과 헤어질 때 한번 웃거나 울 뿐이다.

따라서 야간비상훈련에서 후보생에게 차례로 ‘부사관의 긍지’를 외워보라고 하다 갑자기 이시영에게는 ‘부사관의 책무’를 외워보라고 했던 소대장도 막상 이시영이 긴 문장들을 줄줄이 외워나가자 내심 당황했을지도 모른다. 

그동안 라미란 등 군대체질이라고 말했던 에이스 병사들이 더러 나왔다. 이시영은 여느 에이스 병사와는 다른 점이 있다. 일단 체력이 뛰어나면 에이스가 될 수 있다. 이시영은 체력만 월등한 게 아니다. 군대라는 조직문화에 잘 적응한다. 무조건 센 게 아니라 근성이 있는 거다.

훈련을 잘 소화한다는 걸 드러내지도 않아 남달리 보인다. 솔비가 소대장의 미션을 잘못 알아듣고 저녁점호를 못해 쩔쩔 매는 동안 총원이 몇 명인지 살짝 가르쳐 준 병사가 이시영이다.

이시영은 내면이 단단한 병사라 할 수 있다. 부드럽고 여성스러운 외모와 달리 내면이 강해 독특한 지점을 만들어낸다. 이시영은 전형적인 걸크러시와도 조금 다른 지점에 놓여있다.

일반적인 걸크러시는 ‘센 캐(릭터)’다. 제시 처럼 힙합에서는 디스배틀을 잘해 욕도 찰지게 한다. 하지만 이시영은 그런 전형적인 걸크러시와는 조금 다르다. 단순히 여성이 권투를 했다고 해서 전해지는 걸크러시 느낌과는 다르다는 말이다.

그는 체력이 좋아 훈련을 잘해내면서도 훈련에 임하는 자세가 시종 진지하고 성실하며 동료애도 발휘한다. 이시영은 조금 더 나아간 에이스 병사이자, 조금 더 진화된 걸크러시인 것 같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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