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 연예톡톡]‘공항가는 길’을 감상하는 방법

[헤럴드경제 =서병기 선임 기자]KBS 수목극 ‘공항 가는 길’은 앞으로 4회가 남아있다. 최수아(김하늘)와 서도우(이상윤)가 인연에 의해 만나 서로 위로하면서 만남이 시작됐지만, ‘그래도 불륜, 단언컨대 불륜’이라는 시선이 없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12회까지 진행된 지금은 시청자 정서가 제법 많이 달라졌다. 이제는 둘을 이어달라는 요구가 꽤 많아졌다.

수아와 도우의 관계는 반사회적인 일탈의 형태로 시작됐음에도, 지금은 응원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것은 이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가 제대로 먹혔다는 뜻이다. 아줌마와 아저씨들에게 바람 피우라는 드라마가 아니다. 시청자들이 인생의 소중한 가치와 행복에 대해서 물어보는 것임을 이 드라마의 행간과 여백으로 충분히 읽어내고 있는 것이다.


결혼이라는 제도를 무조건 인내하고, 숙명으로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한다. 그래서 ‘공항 가는 길‘은 ‘수아의 자아찾기’가 된다. 누구나 위태로운 일상을 맞이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을 지탱하는 것은 가족이고 배우자에 대한 믿음일 것이다. 이런 것 마저 없다면, 이런 것에 둔감한 채 산다면 우리네 인생이 너무 쓸쓸해진다. 그런 점에서 ‘공항 가는 길‘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행복해지자는 메시지를 전하는 드라마다.

수아와 도우는 마음과 행위의 결단을 내리는 데 시차가 존재했다. 도우는 아내인 혜원(장희진)을 이미 정리했다. 유부남도우가 수아에게 이전에도 “지금, 만날 수 있어요”라고 해도 괜찮았던 것은 ‘줌통령(아줌마들의 대통령)’ 이상윤이 고급스럽게 생긴 덕도 있지만, 법적으로는 아니라 할지라도 마음속으로 아내를 이미 정리했기 때문이다.

반면 수아는 결단이 없었다. 제주행은 일종의 도피였다. 하지만 12회에서 면피용으로 제주에 온 남편 진석(신성록)을 통해 결단을 앞당겨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가구를 사주러 내려온 남편에게 “식탁 하나면 돼. 그것 하나면 돼”라고 대답한 것은 부부관계를 정리하겠다는 결심을 했다는 뜻이다.

수아는 남편에게 “같이 살기 싫은 것도 부부인가”라고 해도 메아리가 없고, ‘당신에게 나는 뭐야’라는 수아의 질문에는 “(그런 질문은) 그나마 뭐라도 남아있을 때 하는 거야”라고 말했다. 이건 수아에게는 정리의 확인사살이라고 생각한다. 이전에 남편이 잔소리를 했을때 이미 남편이 ‘진상‘ 손님(승객) 정도로 여겨지는 경험을 했던 터였다. 그래서 10부와 11부는 고구마처럼 답답했지만, 12부는 사이다처럼 시원했다. 


수아가 트럭 짐칸에서 바람을 맞으며 평화로운 표정을 짓는 12부 엔딩을 보면서, 수아와 도우는 각자의 ‘무늬만 부부’ 상태를 정리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수아도 도우와의 관계를 쉽게 깨뜨릴 것 같지는 않다. 수아는 도우에게 향하는 마음을 자신에게 휴대폰 문자로 보낸 걸 도우에게 보낸 준 것은 일종의 고해성사였다.

하지만 만약 수아가 현 남편에게 이혼하자고 한다면 남편은 “당신 미쳤어”라고 할 정도로 진석은 뭔가를 모르고 있다. 이 과정을 어떻게 처리할지도 궁금하다. 기존의 막장극과 어떻게 달라질까?

‘공항 가는 길’은 트렌드에 민감한 로코 스타일과 달리 촌스러울 수도 있는 정통멜로의 기법을 사용한다. 하지만 소재와 사건만을 다루는 게 아니라 깔끔한 대사와 절제된 연기로 감정선을 잘 끌고가 진짜 감정으로 다가가게 한다. 정서의 섬세한 부분과 디테일을 운반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그래서 아줌마와 아저씨의 불장난으로 보이지가 않는다. 오히려 사람의 행복에 대해, 책임감 있는 행복과 좀 더 어른스러운 해결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또 수채화 같은 미술작품을 보는 듯한, 또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에세이를 읽는 듯한 이 드라마를 통해 매말랐던 정서와 잃었던 감성도 다시 찾아 끄집어내주는 효과를 발휘한다.  위로받고 힐링된다는 의미는 이런게 아닐까.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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