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폐아닌 ‘맛있는’ 소통의 힘 잊었던 情 나누는 ‘한끼줍쇼’

-밥에 대한 따뜻한 우리네 사람냄새 가득

JTBC 예능 ‘한끼줍쇼’는 망원동, 성수동, 창신동 등 평균적인 사람들이 사는 동네를 찾아다니고 있다.

아직 ‘한끼줍쇼’를 민폐예능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존재한다. 칼럼니스트 김선영은 “무엇보다 불편한 것은 일반 시민의 삶을 예능을 위한 그림으로 쓰겠다는 안이한 태도다”면서 “만약 저명한 사회인사나 유명 연예인들의 집이라면 제작진은 아무런 양해도 구하지 않고 그렇게 무작정 벨을 누를 수 있었을까”라고 썼다.


맞다. 게다가 음식 하나나 두개 정도는 가지고 오는 ‘포트럭 파티’도 아니고, 숟가락 하나 달랑 들고와 남의 식탁에 완전히 묻어가려는 발상이 구걸예능이다. 그래서 이경규와 강호동의 행위를 주민을 불편하게 할 수 있는 사생활 침해라고 생각하는 다수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소수가 존재한다고 치자.

하지만 두 사람은 공개를 꺼리는 사람에게 더 이상의 침투를 하지 않는다. 모르는 사람이 갑자기 남의 집에 가서 저녁을 먹는다고 하면 선뜻 허락해주는 게 이상할 정도로 주민들의 사정들이 다양하다. 가족끼리 저녁을 못먹는 집들도 많다. 하지만 주민들은 이경규 강호동이 벨을 누르는데 대한 반응만은 자유롭게 표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끼줍쇼’는 그런 다양성을 보는 것만으로도 프로그램의 의미가 있다. 남에게 선뜻 집안으로 초대해 한끼를 함께 해주기 어려운 것도 완전 리얼이다. 요즘 세상살이 분위기, 즉 세태다.

남의 집에 벨을 누르는 것 자체를 민폐라고 할지도 모른다.하지만 하루 종일 혼자 집을 지키다 보면 몇몇 방문객이 벨을 누르는데, 이것 자체를 민폐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이미이들 방문객에 대한 디펜스 메카니즘이 갖춰진 상태다. 기자가 더욱 흥미롭게 바라본 것은 창신동 할머니의 반응이었다. 고교생 손녀와 함께 있던 할머니는 사실 저녁 손님을 맞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지만 갑자기 들이닥친 두 사람을 기꺼이 맞아주었다.

이는 모든 걸 받아주는 모성(母性)일 수도 있다. 모르는 사람이 오면 누군지 의심하기 보다는 밥 부터 내주는 게 우리네 모성이었다. 삭막한 도시에서 못느꼈던 할머니의 따뜻한 정(情)에서 새로운 소통을 읽을 수 있었다. 우리가 혼술, 혼밥에 익숙해질수록 이런 정에 대한 소통에 목말라지는 것이 아닐까?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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