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의류업계 2016년 결산… 바닥을 쳐야 반등도 있다

올 한해 LA한인의류업계는 최악의 불황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더이상 내려갈 곳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끝을 모르고 내리막을 타던 LA한인의류업계는 다행히 4분기 들어 소폭 반등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남가주 지역 한인 경제계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LA한인 의류업계의 올 한해 모습을 2차례에 걸쳐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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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구조 악화 지속

2016년이 막 시작됐던 1월 9일 동부지역에 50여개 매장을 운영해 온 조이스 레슬리의 파산보호 신청이라는 악재로 시작했다.

한때 1억 달러가 넘는 매출을 올리다 몇년사이 규모가 크게 줄어 지난해 기준 절반 수준인 6300만 달러까지 매출이 빠졌지만 여전히 LA지역 한인 의류업계와 거래 관계가 많았다.

이미 2013년 이후 20여개에 달하는 중소규모의 의류 유통 업체들이 문을 닫았던 터라 LA지역 한인 의류업계에서 체감하는 충격은 당시 크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2~3년 사이 중소규모 유통 업체들의 구조조정이 끝나가고 있다고 여겼던 한인 업계는 다시금 긴장을 끈을 놓지 않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저가 중심의 의류 유통 구조가 더욱 공공해 지다보니 자연스례 TJX나 Ross로 대표되는 오프 프라이스 체인들의 약진 역시 올 한해 이어진 현상이다.

2~3년 사이 LA지역 한인 업계의 주 거래처였던 중소규모 업체들이 대거 문을 닫다 보니 자연히 대규모 물량으로 납품이 가능한 오프 프라이스 업체와 거래 관계를 맺기 노력이 이어졌다.

아쉽게도 새로운 시장 확대라는 개념 보다는 이미 거래 관계가 많던 오프 프라이스 업체들에 물건을 납품하기 위해 단가 인하 경쟁을 불가피해 업계의 또다른 문제로 지적되기도 했다.

여기에 3월부터 온라인 유통 공룡인 아마존닷컴이 7개 자체 브랜드 라인을 런칭했고 당초 예상보다 더욱 빠르게 시장에 안착하고 있는 점 역시 한인 의류업계로 볼때는 악재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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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 인프라의 급속한 붕괴

LA지역 한인 패션 산업계의 근간을 굳건히 지키던 봉제 산업 빠르게 붕괴된 것 역시 올 한해 큰 이슈였다.

갈수록 높아지는 인건비도 고강도 노동법 단속도 문제지만 최근 몇년간 이어진 인력난도 봉제업계의 급속한 붕괴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한인 봉제 업주들의 고령화되고 있지만 2세 전환은 사실상 거의 찾아보기 힘들어 한때 1500개가 넘던 LA지역 한인 봉제 업체수가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여기에 10년전과 비교해 각 공장별 근무 인력도 절반 이하로 준 것을 감안하면 실제 업계는 1/4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된다.

더 큰 문제는 LA를 비롯한 캘리포니아 지역은 해마다 오르는 최저 임금, 숙련된 인력 구인난이 심화되고 있지만 봉제 생산 단가는 좀체 인상되고 있지 않다. 초저가 중심의 의류 유통 구조가 당분간 지속되는 한 현재와 같은 LA지역 봉제 이탈 현상은 쉽사리 해결되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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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맥경화

의류도매업계의 자금 선순환 구조가 빠르게 붕괴된 것 역시 2016년 기억하고 싶지 않은 현상이다.

결제 수단의 변경에 따라 현금 구매 고객이 몇년새 꾸준히 감소하던 터에 2년전 마약자금 세탁 의심에 따른 강력한 수사와 추가 제재 조치로 인해 최근까지 현금 유동성이 크게 위축됐다.

그 사이 이른바 ‘보따리상’으로 분류되는 멕시코를 비롯한 중남미 고객들이 중국과의 직거래를 늘리면서 LA로 향한 발길을 줄인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

매출 특히 현금 감소만해도 적지 않은 걱정거리지만 더 큰 문제는 믿었던 한인 은행권의 ‘배신’이 더욱 쓰리게 작용했다.

업체마다 작게는 20만~30만 달러에서 많게는 500만 달러 이상 한인은행을 통해 확보해 사용해왔던 업주들이 ‘은행 라인’이라고 불렀던 기업대출(C&I, Commercial and Industrial Loans)에 대한 규제 강화에 따라 돈줄이 꽉꽉 막힌 한인 의류업체들이 속출했다.

10년전 한인은행권에서 기업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은행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평균적으로 25~30%에 달했다. 하지만 최근들어서는 10%초반대 즉, 절반 수준으로 크게 낮아졌다.

당장 회사 운영 또는 사세 확장을 위해 한도 증액이 필요한 의류업주들의 요청은 한인은행에서 번번히 거절됐고 심한 경우 기존에 사용하던 대출액 전액을 갚으라는 통보를 받은 업체도 적지 않다.

불과 3~4년 전만해도 한인은행들이 경쟁적으로 한도액을 올려주며 기업 대출 고객 유치에 열을 올렸던 때와 비교해 보면 ‘배신감’까지 든다는 한인 의류업주들의 공허한 하소연이 올 한해 업계에 울려퍼졌다.

■ 구조조정

동서남북 4방이 꽉꽉 막힌 환경에서 사업을 유지하다 보니 2016년 한인 의류업계는 여느때 보다 허리띠를 바짝 졸라맨 한해로 기억된다.

우선 높은 임대료를 냈던 쇼룸을 과감하게 정리하는 업체들이 연초부터 속속 등장했다.

매달 키머니와 임대료, 기타 관리비를 더하면 매달 2~3만 달러를 줄일수 있었다 연간 30만 달러나 되는 큰 돈이다.

소규모 업체들인 직원 1명이 여러 업무를 담당하는 경우가 많아 인력에 대한 인위적인 감축은 대부분의 업체들이 피했다.

대신 이직 등의 이유로 회사를 떠나는 직원의 빈자리를 그냥 두는 방식으로 인건비를 줄여갔다.

업체당 2명의 직원이 줄 경우 연간 최소 10만 달러에서 많게는 15만 달러까지 절감 효과를 볼수 있다는 것이 업주들의 설명이다.

결국 쇼룸과 인력 감축을 한 업체들은 평균적으로 연간 40만 달러 가량 운영 경비를 줄인 셈이다.

한인 의류업계의 구조조정은 단순히 경비 절감에 그치지 않았다.

최근 한인의류협회가 직접 방문 조사를 통해 밝힌 한인 의류업체수는 1300개로 2년전과 1756개와 비교해 무려 456개나 줄었다. 2년새 4곳 중 한곳이 문을 닫은 것.

2세 전환이 안된 1세 의류인들이 흑자 폐업을 한 경우도 적지 않지만 다양한 경비 절감 노력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늘지 않아 결국 문을 닫은 곳이 상당수 있다는 이야기다.

최근 1~2년 사이 고강도로 이뤄진 한인의류업계의 구조조정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여전히 허리띠를 더 졸라매서 생존하거나 추가로 문을 닫은 업체가 있다는 이야기다. 이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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