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어야 하나 웃어야 하나”
미주에서 가장 큰 의류 트레이드쇼인 라스베가스 매직쇼에 참가한 한인 의류업체들의 행사 첫날 표정은 말 그대로 표정 관리가 힘든 상황이다.
올해들어 1월과 2월 열린 타 지역 의류 트레이드쇼에서 대부분의 업체들이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한 상황에서 이번 매직쇼는 기대도 했지만 사실 최근 경기 상황을 감안해 바이어들이 크게 줄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행사 첫날 분위기는 예상을 크게 빗나갔다.
지난해 8월 행사에 비해 바이어 방문은 15~20%가량 늘었다는 것이 참가한 한인 업체들의 일반적인 반응이다.
바이어는 늘었지만 마냥 반가운 상황은 아니다.
각 바이어별 실제 주문량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아이리스 영 김 대표는 “바코드 인식을 통한 실시간 주문기를 16개대나 준비했지만 대부분의 직원들이 제시간에 점심 식사를 못할 정도로 바이어들이 크게 늘었다”라며 “개별 주문량은 줄었지만 바이어 방문이 크게 늘어 전체 현장 매출은 지난해와 유사하거나 소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했다.
에슬리의 스티브 이 대표는 “지난 행사에 비해 바이어들이 크게 늘었지만 실제 주문량은 지난 행사와 큰 차이를 보였다”라며 “여전히 불확실한 경기 상황 속에서 의류 소매 업체들이 주문량을 보수적으로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올해 첫 매직쇼에 바이어가 늘어난데는 행사 규모와 함께 같인 기간 라스베가스 주요 지역에서 10여게의 의류 관련 트레이드쇼가 열리는 것이 효과가 크다는 반응이다.
제한적인 공급 업체를 만나는 타 지역 행사와 달리 라스베가스에선 2500여개의 매직쇼와 함께 다른 행사를 더하면 3000개가 넘는 패션 관련 생산 및 공급 업체를 만날 수 있어 바이어 입장에서는 같은 시간을 투자해 보다 다양하고 양질의 공급 업체를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이 활용된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어가 늘었다고 전체 방문객수까지 늘어난 것은 아니라는 것이 행사에 참가한 한인 업체들의 일반적인 의견이다.
과거처럼 10만명이 넘는 인파가 행사장을 찾고 그중 일부가 실제 구매로 이어졌던 것과 달리 이번 행사는 실제 구매자 중심으로 방문객들이 채워진 셈이다.
플라잉토마토의 데비 오 대표는 “라스베가스 매직쇼는 미주 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통해 의류를 판매하는 바이어들이 방문한다”며 “작은 옷가게 부터 대형 오프라인 및 온라인 유통 업체들이 제품 구매를 위해 행사장을 찾는 가장 큰 행사에 참가한다는 것은 단순히 현장 매출을 올리는 것에 국한되지 않고 전세계 각지역의 다양한 채널의 유통 흐름을 단기간에 읽을 수 있다는 장점까지 있다”고 말했다.
라스베가스=이경준 기자
인터뷰-허니 펀치 케이시 김 대표
“의류 트레이스쇼는 새로운 영감과 기회의 장”
한인 중견 업체 허니 펀치의 케이시 김 대표는 4년째 2월과 8월 라스베가스 매직쇼를 찾는다.
회사는 30년이 넘었고 20년전부터는 브랜드화를 위한 노력도 이어가고 있다.
오랜 경력과 노하우로 이미 주요 대형 의류 유통업체에 큰 규모의 의류 납품도 해 오고 있지만 10여년전부터는 제품의 가치를 더욱 높이기 위해 ‘Honey Punch’와 ‘Honey Belle’이란 브랜드를 일반 소비자들에게 알리는 일에 더욱 매진하고 있다.
중국 공장과 LA본사, 뉴욕 지사까지 100명이 넘는 직원들에 대한 아낌 없는 투자를 통해 고부가가치를 올리는 자체 브랜드를 미국내 주요 고급 백화점들과 함께 영국 등 해외에서도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있다.
여전히 한인 의류업계의 주 공급원인 중저가의 대형 의류 유통회사에 대규모로 납품해 올린 매출과 영업 이익 중 상당 부분을 제품 개발 및 마케팅과 판매를 담당할 직원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김 대표는 꼽았다.
특히 자체 브랜드의 대부분은 여전히 미국산을 고집하는 것도 빠르게 인지도를 높이고 실제 판매까지 늘리는데 효과를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여전히 매직쇼가 회사 운영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한다.
매번 참가를 통해 현장 매출이 늘고 있는 것도 긍정적이지만 행사를 통해 미국내 대형 유통회사의 주요 관계자도 만나고 최근 들어서는 영국 등 유럽의 유통 회사와의 교류도 크게 늘고 있다는 것이 회사의 더 큰 미래를 만들어 주는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30년간 이어온 기획 및 생산 능력과 함께 20년간 차근 차근 준비해 5년전부터 본격화한 브랜드 마케팅이 이제 효과를 발휘하고 있으며 그 배경에 국제적 행사인 매직쇼도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는 것이 김 대표의 생각이다.
김 대표는 “디자이너와 세일즈, 마케팅을 담당하는 20명의 직원들이 매번 행사를 참가해 실제 어느 국가 어느 도시에 있는 바이어들이 구매하는 제품에 대한 살아 있는 정보도 얻고 다른 참가 업체들을 통해 현재 유통 흐름까지 읽을 수 있어 행사 참가는 회사 운영에 큰 도움이 된다”며 “특히 전세계에서 찾는 새로운 바이어들과 더 큰 비즈니스의 기회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라스베가스=이경준 기자
사진
허니 펀치의 케이시 김 대표가 라스베가스 매직쇼에 마련한 부스에서 트레이드쇼를 활용한 회사 운영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미니박스] 소박해진 부스 치장
올해 매직쇼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각 업체마다 화려하게 꾸몄던 부스가 다소 소박해 진데 있다.
전시 주최측이 이미 1년전에 공지한 것 처럼 부스 높이는 8피트로 제한했기 때문.
하늘 높은줄 모르고 치솟던 한인 업체들의 부스가 일반 성인 키보다 조금 높은 수준으로 정리 된 셈.
1년전 부스 높이 제한이 결정됐을때 대부분의 한인 참가 업체들은 과도한 부스 꾸미기 경쟁으로 인한 비용 부담이 줄 것으로 내다 봤다.
장기적으로 봤을땐 그 전망처럼 될 가능성이 높지만 당장 이번 행사에서는 오히려 부담이 늘었다.
대부분 업체들이 8피트 넘게 쓰던 부스를 높이 제한에 맞게 줄이거나 아예 새로 만들어야 해 업체마다 평균적으로 2~3만 달러의 추가 비용을 냈다.
아예 새로 부스를 만들 곳도 적지 않았다.
170개 업체가 2만5000달러씩 부스 변경을 위해 썼다면 425만 달러에 달한다.
LA지역 웬만한 소규모 한인 의류 도매 업체 연간 매출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이번 행사는 170개 한인 업체들이 전시 주최측에 매번 내는 1000만 달러 가량의 비용과 2000명이 넘는 직원들의 출장 비용에 추가로 425만 달러라는 부스 변경 비용까지 내면서 참가한 셈이다.
늘어난 비용 만큼 남은 이틀간 더 많은 현장 주문을 받아 이번에는 마이너스가 아닌 플러스 행사가 되길 현장에서 기원해 본다.
라스베가스=이경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