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적’ 길동의 인류애 VS 연산의 자기애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길동이(윤균상)는 모든 사람은 다 같은 인간이라고 하는데, 연산(김지석)은 모든 사람이 자신의 종일 뿐이라고 한다.

길동과 연산은 모두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통렬하게 느끼고 있었지만 정반대로 가지를 뻗어 나간다. 둘은 같은 고민을 하면서도 문제의식을 전혀 다르게 발현시켜던 것이다.

길동은 그 문제의식을 인류애로 확장시켰고, 연산은 자기애로 집중시킨 결과다. 집필을 맡은 황진영 작가는 연산의 폭정을 이에 기반해 해석해 전에 없던 개연성을 확보해가며 길동과 연산을 그리는 중이다.


“내 말은 임금이나 백성이나, 주인이나 종이나, 남자나 여자나 따지고 보믄 다 같은 인간 아니냔 말이오.”(길동)

“남자나 여자나, 노비나 주인이나, 적자나 서자나 기실 다 같은 게야. 다를 것이 없어. 그 들을 다 하나로 묶을 수 있거든. 그들은 오직, 나의 종일 뿐이야.”(연산)

3일 방송된 MBC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19회에는 길동과 연산을 극명하게 대비시키며 같은 생각이 어떻게 다르게 발현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길동은 기득권에 짓밟히는 민초의 실상을 목도하며 그간 전혀 모르고 살았던, 그러나 조선 전체를 지배했던 강상의 법도의 잔인함을 체감하며 어리둥절해 했다. “양반은 양반답게, 여자는 여자답게, 종은 종답게 살아야 한다는 데, 묵고 싸고 자고 말하는 것이 다 똑같은디 임금이며 신하며, 주인이며 종이며, 남자, 여자, 장자 서자가 워째서 다르다는 말인지 모르겠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양반 사대부 사내들이 삼강, 오륜 따위를 들먹이며 남자와 여자가 다르고, 양인과 천인이 다르다고 사대를 세우지만 사실, 그건 다 지들 편하자고 하는 개소리야” 씨종의 아들 길동과 비슷한 생각을 궁 안에 있는 임금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연산(김지석 분)의 생각은 전혀 다르게 발현됐다. 연산은 “남자나 여자나, 노비나 주인이나, 적자나 서자나. 나의 종일 뿐이야. 천지에 하늘의 뜻을 받은 자는 오직 하눌님의 아들, 나 뿐”이라며 서슬 퍼런 눈빛을 뿜어냈다.

더욱 극명해질 길동과 연산의 대비는 어떻게 전개될지 더욱궁금해진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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