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아내’, 배우들의 연기는 좋았지만…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우리는 더 열심히 살고, 더 열심히 서로를 사랑하고 있다”는 고소영의 마지막회 끝장면 내레이션이 별로 와닿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2일 20회로 종영한 KBS 2TV 월화극 ‘완벽한 아내’가 신선한 캐릭터를 만들어내고 그 바탕에서 극적인 전개를 잘 이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초반만 해도 미스터리한 전개로 호평을 받았다. 느린 진행이 시청률을 갉아먹기는 했지만, 조여정 캐릭터(이은희)의 방긋하다가 섬뜩해지는 모습과, 뺀질거리는 연하남 성준이 좋았고 , 이전에 나온 캐릭터이기 했지만 고군분투하는 아줌마 고소영(심재복)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다.

특히 조여정이 욕망과 광기의 선을 넘나드는 아슬아슬함이 시청자를 긴장하게 하고 재미를 주었다. 하지만 회를 거듭하면서 초반의 미스터리한 전개를 잘 풀어나가기 보다는, 윤상현(구정희)이 자신을 떠나지 않게 하려면 심재복(고소영)이 없어져야 한다며 각종 계략을 부리는 자극성으로 흘렀다.

조여정이 윤상현의 불륜녀 정나미(임세미)를 죽이고, 범인을 고소영으로 몰아가고, 결국 조여정 엄마가 어릴 때 학대했던 딸을 위해 범인이라며 스스로 감옥에 간다. 고소영은 살인 누명을 쓰다 벗어나는가 했더니 조여정에 의해 납치 당해 정신병원에 갇히고 탈출하고는 대신 조여정을 정신병원에 가뒀다.

이은희가 조증과 울증이 반복되는 성격을 보여주기 위함인지 드라마도 이처럼 그녀의 도돌이표 악행을 반복하다 집착과 광기의 계략드라마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 드라마가 고소영의 복귀작이 아니라, 조여정의 복귀작이냐는 말도 흘러나왔다.

이은희의 파국을 향해 가는 결말에 이르는 과정에서 심재복이 보여준 것은 이를 벗어나기 위해 악다구니를 쓰고, 거기에 자녀의 양육권을 쥐려는 모성애 정도였다.

이런 전개로 마지막회에 조여정이 화재를 일으켜 죽음으로 악행과 광기를 마무리한다고 해서 드라마의 기획의도대로 고소영이 잊었던 여성성을 회복하고 삶의 새로운 희망과 생기발랄한 사랑을 찾게 되기는 어렵다. 원재와 삼규 등 등장인물들을 맺어주려는 친절은 오히려 과잉과 억지 느낌도 들었다.

‘완벽한 아내’는 배우들의 연기가 좋았다. 사이코 역을 소화한 조여정은 물론이고, 고소영도 오버하지 않는 생활연기를 펼쳐 심재복 역을 잘 했다.

찌질하면서 소심한 남자로 뒤늦게 아내와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윤상현과 능글맞음과 진지함의 완급조절로 로맨스 가이 모습을 보여준 성준의 연기는 흠 잡을 데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라마가 시청률이나 의미, 완성도에서 좋은 결실을 맺지 못한 것은 왜인지를 제작진은 한번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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