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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배우 대니얼 대 킴과 그레이스 박이 6년동안 출연해온 CBS의 인기 경찰드라마 ‘하와이 파이브 오(Hawaii Five-0)’에 더이상 출연하지 않기로 하면서 그 이유가 함께 출연한 백인배우들에 비해 출연료를 적게 받아온 탓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대니얼 대 킴은 지난 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다음주부터 시작하는 하와이 5-0의 제작현장에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며 “복귀할 수 있는 입장이었지만 CBS와 나는 새로운 계약조건에 합의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킴은 이어 “평등으로 가는 길을 쉽지 않다”라고 덧붙여 재계약 협상에서 모종의 차별적인 조건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CBS측은 대니얼 대 킴과 그레이스 박이 ‘하와이 5-0′ 8번째 시즌을 앞두고 하차하게 된 것이 출연료 차별 때문이라는 주장을 부인했다. CBS측의 한 관계자는 “우리는 그들에게 큰 폭의 출연료 인상을 제시했다”라고 LA타임스를 통해 전했다. 재계약 협상과정을 잘 안다는 한 관계자는 CBS가 대니얼 대 킴에게 에피소드당 19만5천달러의 출연료를 주겠다고 제시했으며 이는 다른 백인 주연배우들에 비해 5천달러 적은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할리웃 관계자들은 CBS가 대니얼 대 킴에게 큰 폭의 출연료 인상을 제시했다는 사실은 이전까지 상대적으로 적은 출연료를 줬음을 인정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하와이 5-0′는 백인 주연배우 스캇 칸과 알렛스 오러플린을 앞세워 대니얼 대 킴과 그레이스 박이 4인조를 이뤄 끌어나가는 경찰드라마다. 대니얼 대 킴과 그레이스 박이 조연으로 대우를 받기에는 스캇 칸이나 오러플린에 비해 연기경력이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들 두 한국계 배우가 출연료에서 차별받을 이유는 없다는 게 아시안계 할리웃관계자들의 주장이라고 LA타임스는 전했다. 두 한국계 배우가 빠지면 ‘하와이 5-0′가 미국의 주요 방송사에서 내보내는 다른 허다한 경찰드라마와 다를 게 하나도 없는 평이한 드라마로 전락했을 것이라는 점에서 대니얼 대 킴과 그레이스 박의 비중은 주연 못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몇 년간 할리우드에서 성별과 인종에 따른 배우 출연료 차별 문제는 뜨거운 논란거리였다.
두 한국계 배우의 하차는 구조적으로 백인·남성 배우가 비백인·여성 배우보다 높게 평가받는 할리우드의 지속적인 유산을 반영했다고 CNN은 평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이들의 하차가 미국 방송사가 아시아계 배우를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의문을 품게 하며, 지금까지 드러난 사례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강조했다.
LA타임스는 “주연배우는 영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백인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바꾸지 않은 채 아시안 등 소수계 연기자를 조연으로 배치하는 관행이 대니얼 대 킴의 하와이 5-0 재계약 거부를 계기로 전환점을 맞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