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지켜야 될 게 인맥판정이다. ‘쇼미6’ 제작진이나 프로듀서들도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친분 있는 래퍼를 만난다면 불편해도 심사에서 인맥이 끼어들 여지를 차단하고 있다. 하지만 이론과 실제에서 약간의 차이를 보일 수도 있다. 그게 7일 디기리<사진> 심사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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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패밀리 출신 래퍼 디기리는 예상에 못미치는 랩을 구사해 다른 프로듀서들로부터 불합격을 받았지만, 유일하게 타이거JK가 패스를 눌러 2차예선을 통과했다. 타이거JK는 논란을 예상했지만 차마 탈락을 누를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떨어져야 하는데 붙은 것이다”라고 했다. 디기리는 다음번 3차예선에서 실력대로 평가받겠지만, 이는 형평성에는 어긋난 행위다.
더 큰 문제는 디기리의 오디션에 임하는 자세였다. 그는 “괄약근의 마법사” 운운했고, 자신이 인사한 후 프로듀서를 향해 “박수를 안치냐”고 말했다. 심사위원들이 썰렁한 반응을 보였는데도 계속 장난스러운 말을 하고 제스처를 취했다. 디기리는 한가지는 성공했다. 관심 끄는 데는 성공했지만, 이런 식으로 관심을 끄는 게 자신의 음악인생에 어떤 도움이 될지를 생각해야 한다.
또한 힙합을 들려주러 간 선배답게 실력으로 승부하고, 실력있는 후배들에게 겸손해야 한다. 디기리의 방식이 스웨그라면 그런 힙합 스웨그는 빨리 없애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현재 실력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자신의 스타일과 감성이 올드한 지, 세련되고 독특한 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
오래 음악 한다고 잘하는 게 아니다. 경력으로 보면 미료는 ‘언프리티 랩스타3‘에서 압도적으로 잘 할 줄 알았지만, 예상외로 고전했다. 하지만 미료는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고 인정하면서 열심히 노력했다. 그러면서 후배들과 함께 경쟁해 발전해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디기리 외에도 심사위원들이 친분이나 선후배 관계때문에 불편해할 참가자들이 몇 명 더 있었다. 업타운 출신 매니악, 페노메코, 피타입 등이다.
매니악은 “연습을 더해야 한다”는 한 프로듀서의 말에 대한 반응이 아쉬움을 남겼다.
피타입은 시즌4에서 탈락했던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당시 노래로 정면돌파했지만, 2개의 Fail 버튼에 불이 왔다. “너무 올드하다”는 평가도 나왔다.
페노메코는 지코 프로듀서가 “솔직히 지금도 저한테 가장 많이 영감을 주는 아티스트가 페노메코다”라고 할 정도여서 그 자리가 불편한 관계가 됐지만, “올 패스” 판정이 나온데 대해 누구도 이견을 달지 않았다. 페노메코가 완벽에 가까운 랩 실력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한참 어린 후배가 듣기 싫은 소리를 한다고 선배답지 못한 반응을 보인다면 시청자들도 외면한다. 그게 ‘꼰대’다. 그 자리는 선배-후배 관계가 아니라, 경연 참가자-심사위원 관계다. 후배 심사위원의 평가나 지적을 인정하고 그 부분을 바로잡기 위해 절차탁마의 노력을 기한다면 후배래퍼들로부터 인정과 존경을 받을 것이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