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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 19개의 한인 은행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것은 총자산 134억 5천950만 달러 규모인 ‘뱅크 오브 호프’다.
이 은행의 모태인 윌셔은행에서 시작해 24년 동안 이사장직을 맡아온 고석화(72) 이사장이 현지시간으로 지난 6일 스스로 물러났다. 그는 당일 열린 이사회에서 은행과 지주사인 ‘호프뱅콥’의 명예회장에 추대됐다.
현지 은행업계와 동포사회는 그의 퇴진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은행 주식 410만 주를 보유(지분율 3.03%)해 기관투자가를 제외하고는 최대 주주인데다 사임 자체가 워낙 갑작스러웠기 때문이란다.
고 명예회장은 전 세계 73개국 147개 도시에 지회를 둔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 제15대 회장을 지냈고, 모교인 연세대에 거액의 장학금을 쾌척해 국내에도 잘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12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2선 후퇴 이유에 대해 “오래전부터 후배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손에 꼭 쥐고 있던 타이틀을 내려놓은 만큼 마음의 여유를 갖고 이제는 더 큰 그림을 그려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큰 그림’으로 두 가지를 꼽았다. 하나는 이사회의 어른으로서 ‘뱅크 오브 호프’가 아시아계 은행 가운데 1위(현재는 3위)로 도약하는 데 힘을 보태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자선 사업을 더 확대하는 것이다.
고 명예회장은 ‘뱅크 오브 호프’의 확장을 위해 올해 시작한 한국계 ‘유니은행’과의 인수합병 절차와 서울지점 오픈을 내년 초까지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아시아계 1위 은행 자리에 더 가까이 갈 수 있는 것으로 그는 기대한다.
“예전처럼 은행에 출근은 하지만 마음은 자유롭겠죠. 이제는 더불어 사는 인생을 더 적극적으로 실천할 계획입니다. 자원봉사도 하고, 지난 2007년 세운 비영리재단인 ‘고선(高善)재단’ 일도 더 신경을 쓸 생각입니다. 특히 재단을 통해 장애인과 소외되고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일을 활발하게 할 수 있도록 새로운 영역에서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그가 닮고 싶어하는 인물은 30조를 넘게 기부한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다. ‘버릴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재산을 물려주면 자식을 망친다’ 등 그의 철학이 마음에 든다며 “가장 존경한다”고 했다.그래서인지 그는 “고선재단에 사재를 더 출연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일을 활발하게 할 것”이라며 “마지막 명함은 ‘자선 사업가’로 남을 수 있도록 마무리 잘하고 싶다”고 털어놓았다.
연세대를 졸업하고 연합철강에 입사한 그는 1971년 1년만 공부하겠다며 미국에 건너갔다가 LA에 정착했다. 퍼시픽 스틸 코퍼레이션과 코스 인터내셔널 코퍼레이션을 설립해 활동하다 1980년 미주 한인사회에서는 최초로 윌셔은행을 설립했다.
또 한인으로는 처음으로 2007년과 2010년 뉴욕 나스닥 증권거래소의 개장과 폐장을 알리는 종을 울렸다. 나스닥은 재정 상태와 경영 실적이 우수한 기업의 경영진이나 이사진을 초청해 오프닝과 클로징 벨 타종을 맡기고 있다. 윌셔은행은 1983년 월스트리트저널 등이 1년에 한 번 순위를 매기는 ‘베스트뱅크’에 올랐다.
그는 지난 2014년 자산 2억 달러의 ‘뱅크아시아나’와 6억 달러의 ‘새한은행’을 인수합병했고, 지난해 한국계 은행 중 자산 규모 1위인 BBCN(76억 달러)과 ‘동등 합병’ 방식으로 통합해 덩치를 키웠다.
2007년 사재 500만 달러를 출연해 ‘고선재단’을 설립했고 연세대에는 100만 달러를 장학금으로 내놓았다. 이후 그는 매년 재단에 10만 달러 이상을 내놓으며 기부를 실천하고 있다. 지난 2007년 무역 증진과 ‘미주 한인의 날’ 제정에 이바지한 공로로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기도 했다.고 명예회장은 오는 10월 열리는 월드옥타의 세계한인경제인대회에 참가차 방한할 계획이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