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 연예톡톡] ‘군주’, 유승호가 왕좌를 찾게 되는 과정도 중요하다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MBC ‘군주-가면의 주인’은 유승호와 허준호, 두 남자를 보면 흥미진진했다.

유약하지만 올바른 길을 가고 있고, 그래서 믿음직스러운 세자(유승호)와 이 세자를 엄청나게 괴롭힐 안타고니스트로서의 편수회 대목(허준호) 사이에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전개될 대결은 충분히 기대할만했다.

그 과정에서 두 사람의 리더십의 차이도 뚜렷하게 부각됐다. 물 사유화와 조폐권으로 강력한 권력을 얻은 대목은 “궁핍한 백성을 잘 살게 하는 부강한 조선을 꿈꾼다"고 했다. 압축성장시키겠다는 말이다. 표현은 그럴듯하지만 왕까지 허수아비로 만들어버린 국정 농단 세력이다.


반면 세자(유승호)는 “궁핍한 백성을 잘 살게 하는 부강한 조선을 꿈꾸는 건 나와 대목이나 똑같지만, 대목은 그 과정에서 책임을 지지 않는다. 책임지지 않는 권력은 전쟁보다 더 무섭다”고 한데서 그 리더십을 충분히 알 수 있다.

어쩔 수 없이 선왕에 의해 가면을 쓰게 된 세자는 궁에서 축출돼 전국을 돌며 보부상 두령이 돼 실력을 키웠다. RPG 사극의 레벌 업 과정을 거치는 듯 했다.

적당한 시점에 세자는 말한다. “나의 선왕께서는 왕이 되기위해 편수회와 손을 잡았지만 나는 편수회를 무너뜨리기 위해 왕이 되려 한다.” 이 말은 힘을 기르기 전에는 할 수 없는 말이다. 설령 이 말을 한다 해도 공허할 뿐이다.

하지만 세자가 왕이 되는 과정과, 실력을 키운 세자가 막강한 편수회를 제압해 백성들을 향한 새로운 리더십을 구현해나가는 모습은 이제 기대를 접어야 할 판이다.

우선 세자가 왕이 되는 과정부터가 지나치게 타율적이다. 선왕이 남긴 태항아리 쪽지가 모든 걸 해결해주었다. 대비(김선경)와 연인 가은(김소현)이 증인이 되거나, 증거를 찾아주었다.

태항아리 쪽지의 내용을 근거로 명현반응을 체크해 가짜왕(엘)과 진짜왕(유승호)를 가려낸 것이다. 태항아리를 찾아준 건 김소현이었다.

굳이 유승호가 실력을 쌓아올 필요가 없었다. 써먹지 않는, 아니 써먹지 못하는 실력을 왜 키웠는지 의문스러웠다. 그러니 유승호는 자율성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 실력(치열한 두뇌플레이와 군사력)으로 편수회를 누르고 자력으로 왕좌에 올라야 제대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 한 회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유승호가 실력으로 편수회를 제압할 시간이 있을까?

그렇다면 굳이 허준호를 이렇게 무시무시한 농단 세력으로 만들어놓을 필요성에도 의문이 생긴다.

편수회의 권력 기반인 해독제를 생산하는 진꽃밭을 불태우면서까지 세자에 대한 지고지순한 사랑을 표현했던 대목의 손녀인 화군(윤소희)의 희생에 보답하는 차원에서도 유승호와 허준호의 멋진 대결이 있어야 한다.

엄청나게 벌려놓은 떡밥을 회수하기도 버거워진 상황에서, 그것을 보기는 힘들 것 같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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