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위녀’유서진은 어떻게 진짜 강남 사모님처럼 그려냈나?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JTBC ‘품위있는 그녀’에서 강남 사모님 맏언니 역할을 하는 유서진(40)을 보면서 “실제 강남 사모 같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유서진은 어떻게 속물 끼 가득한 차기옥을 리얼하게 그려낼까?

유서진은 태생이 강남 키드다. 강남 신사동에서 태어나 고교때까지 그곳에서 살다가 대학교때 분당으로 이사왔다. 리라초등학교, 숙명여중, 진성여고, 상명대 연극과를 졸업했는데, 무엇보다 초등학교때 기억이 가장 잘 남아있다고 했다.

“지금 엄마들은 더하겠지만, 그때 리라도 일반 초등학교와는 많이 다른 분위기였어요. 생일파티를 하는데 뭘 빌려다가 하고.. 그런 기억들이 있었요. 저희 경험과 저와 동갑나기 김희선 씨의 청담동 엄마로 살아가는 얘기가 믹스돼 연기에 도움을 주는 것 같아요.”


유서진은 사립학교를 다녀봤지만 좋은 기억만은 아니었다고 한다. 극성엄마는 왜 나오는가?

“극성은 애한테 잘해주고 싶은 마음이 극성으로 나타난 건데, 쉽게 이야기하기는 어렵더라고요.이번 작품은 출산후 첫작품인데, 출산을 해보니 기저귀 하나도 인터넷을 엄청 뒤져, 무슨 기저귀가좋은 건지를 따지게 되더라고요. 엄마 마음이라는 게 다 그런건가봐요.”

유서진은 차기옥 캐릭터가 조연이지만 자신의 이야기가 있어 좋다고 했다. 백미경 작가와 첫 미팅할 때도 조연들도 모두 스토리가 있다고 말해주었다고 했다.

“차기옥은 강남 사모의 맏언니지만 자폐아 부모에요. 잘나가는 성형외과 사모님으로 겉으로는 화려하지만 두 아이중 한 명은 자폐아에요. 멀쩡한 아들에게는 강남에서 하고싶은 걸 다 해줘요. 브런치 모임에서는 밝고, 그 모임을 이끌지만, 아픈 면이 있는 양면적 캐릭터에요. 저도 결혼하고 출산을 해보니까 자식이 뭔지 알겠어요. 엄마가 어떤 존재이지 알다보니까 감정적으로 더 와닿는 부분도 있어요.”


극중 유서진은 남편이 불륜을 저지른다. 그것도 브런치모임의 멤버인 김효주(이희진)와. 이에 대한 유서진의 대처방식은 역시 불륜 남편을 둔 김희선(우아진)과는 달리 가정을 깨지 않는다.

“아픈 아들때문에, 남편 바람이 무슨 대수냐가 돼버렸죠. 아진과 기옥은 자식 때문에 남편과 이혼하거아 이혼을 못하잖아요. 그게 둘의 공통점이에요. 아진이 남편과 이혼 결심을 굳힌 것은 병원에 있는 딸에게 가보라고 했는데도 불륜녀와 함께 있어 못간다고 했기 때문이에요.”

유서진이 바람 난 남편에게 이럴 수 있냐고 말하자 남편은 미안해하면서도 할 말은 한다.“뼈 빠지게 공부해 의사 돼 당신 하고 자식 해달라는 것 다해줬잖아. 호강시켜줬잖아. 그럼 이 정도쯤은 눈감아 줘야지”라고. 이를 두고 유서진의 결혼한 친구가 “남편의 항변이 용서되지는 않지만 이해돼. 짜증나게도 그게 왜 와닿니?”라고 했단다. 유서진은 “나도 출산 전에는 전혀 공감을 못했지만, 20개월된 아기를 둔 엄마로서 공감되는 부분이 있었어요”라고 했다.

유서진은 김정은과 MBC 공채 탤런트로 20년차 배우다. ‘온에어‘ ‘시크릿가든’에서 도회적인 캐릭터를 인상적으로 연기하고 홈쇼핑에서는 유명하지만, 잘 모르는 사람도 많다. 사람들이 얼굴을 보면 아는데 누군지는 모르겠다고 한단다.

하지만 이번 작품으로 그녀의 존재감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몇몇 예능 제작진으로부터 섭외전화가 오기도 했다. “고맙고요, 다음 작품으로도 잘 연결됐으면 좋겠어요.“


유서진은 차기옥 캐릭터를 잘 표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품위녀‘를 만들기 위해 스타일링부터 신경을 썼다.

”작가가 나이보다 동안일 것, 많이 가꾸는 강남 사무님 룩이라고 했어요. 김희선(우아진)과 붙는 튜샷이라 또 다른 강남 사모룩이 필요했어요. 또 브런치 모임의 주최자이자 대장 느낌 나는 맏언니잖아요. 다들 머리가 생머리 아니면 웨이브 형으로 머리가 긴데 나는 숏커트로 했고, 바지를 주로 입었어요. 성형외과신은 스커트를 입었지만.

우아진은 비싸고 좋은 것, 화려하고 블링한데, 나는 세련되고 도시적인 느낌이에요. 그래서 블랙 앤 화이트로 채도를 낮추고, 악세서리도 주렁주렁이 아니라 비싼 것 하나만 심플하게, 신발도 반짝이를 빼고, 길면서 얇고 굽이 높아 뾰족한 스틸레토 힐을 신었어요.“


유서진은 그동안 많은 작품을 했지만, 스토리가 있는 배역이 좋다고 했다. ”스치듯 지나가고, 한두신만 나와도 인상적이고, 그안에 스토리가 담겨있다면 좋겠어요. 이번에 절친이 된 브런치 멤버들도 모두 각자의 이야기가 있어 좋았어요.“

극중 브런치 멤버들은 돈이 있지만 모두 치사한 돈을 받고 산다. 바람피는 걸 당연시하는 남편, 폭력적인 남편 등등. 그래서 브런치 모임이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를 보는 것도 이 극의 재미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품위있는 그녀’의 종반 관전 포인트는 누가 박복자(김선아)를 죽였냐이다.

”의외의 인물일 겁니다. 배우들도 대본 받았을때 범인이 이 사람이었어 라고 했어요.“

유서진은 2014년에 친구였던 남편과 결혼했다. 남편은 요식업에 종사한다. 유서진은 “여배우가 쉽지는 않아요. 브런치 멤버들과도 이번에 절친이 됐는데, 다들 다음 작품을 걱정해요.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니까 일에 더 욕심이 나요”라고 말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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