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들 사이에는 연산군 이융(이동건)이 깊숙이 들어오는 등 상상력이 가미됐다. 그래서 박민영과 연우진의 사랑은 더욱 애틋했다. 박민영은 첫사랑인 연우진이 죽은 줄 알았는데 다시 돌아오는 등 상황변화를 맞기도 했다.
“허구지만 삼각관계가 중요한 틀이다. 하지만 내가 두 남자 사이에서 밀당, 어장관리 하면 안되는 드라마였다. 왕으로 모신 이융은 나에게 연심으로 다가와 당황했다. 하지만 나는 이미 이역과 혼인이 돼 있어 융에게 갈 수 없었다. 내가 융을 구해줄 때는 연민이었다.”
박민영은 쉽지 않은 캐릭터를 맡았다. 하지만 섬세하고 풍성한 감정선, 정확하고도 안정적인 발성, 순식간에 시청자를 몰입시키는 집중력으로 신채경의 아픔을 오롯이 담아냈다.
“팩션사극인데 유독 제 캐릭터에 상상력이 많이 가미됐다. 정사에는 한 줄만 나오고 나머지는 야사에 나온다. 그런데도 신채경은 실존인물이라 훼손되면 안될 것 같아 고민을 많이 했다. 다이아몬드 수저로 태어나 실세중 실세였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피바람이 불었다는 점, 어렸을 때 내 실수로 대군마마(연우진)가 죽었다는 점, 그래서 커서도 대군마마를 따라다닐 수 있는 점 등으로 신채경 캐릭터를 만들어나갔다.”
인터뷰중 박민영은 “신채경의 심리상태로는 두 남자 모두 만나지마라고 조언해주고 싶었다. 너무나 피곤할 것 같다. 이렇게 힘들게 사랑할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박민영은 “치마바위에도 일부러 안갔다. 비극을 알고 가면 안되니까. 미리 슬픈 상황을 알면 안될 것 같았다. 이제 가볼까 한다”고 덧붙였다.
박민영은 현대물도 잘하지만 멜로사극에서 특히 강점을 보인다. ‘성균관 스캔들’에서는 소녀가 남자를 만나 아픔도 겪고 사랑도 나누는 성장기를 그렸다면 ‘7일의 왕비’에서는 생사를 함께 하는 관계와 사랑을 그렸다.
“잘해보고 싶어서 스스로 호되게 트레이닝했다. 전작과는 다른 깊이가 나올 수 있도록 치열하게 준비했다. 소녀의 눈물(성균관스캔들)과 한서린 여인의 눈물(7일의 왕비)은 다르다. 이전에는 대중이 원하는 연기를 한 적도 있고, 자기복제같은 역할도 했다. 이번에는 또 그런 역을 하고싶지 않았다. 내가 하고싶은 연기를 선택했다. 시청률을 생각하지 않고 몰입했더니 시청률도 올라갔다.“
박민영은 1년에 한편 정도 꾸준히 작품을 해왔다. 그는 작품 사이사이 여행을 즐긴다. 남해, 통영, 여수 등 국내는 물론 서유럽을 자주 간다. 르네상스예술의 보고인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은 박민영이 즐겨가는 곳이다.
“음악이나 미술 등 예술은 하나로 이어져 있는 것 같다. 스페인에서 플라멩고 공연을 보고 눈물이 났다. 그들의 열정적인 춤에는 특유의 소울이 있다. 영적인 기운이 집중하게 만든다.잘 알아듣지 못해도 마음이 전해지고, 한(恨)도 느껴진다. 나도 사극에서 힘있는 딕션을 위해 판소리를 배웠는데, 서로 비슷한 끈이 있는 것 같다.”
여행 이야기가 나오자 신이 났다. 뉴욕을 가면 사유지에 만든 미술관인 프레드릭 컬렉션을 추천한다고 했다.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그 공원에서 들려오는 클래식 음악은 오감으로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런 음악을 들으면 공원의 한적함, 건물들의 지붕색깔이 떠오르면서 힐링이 되고 새로운 예술 영감으로 연기를 풀어낼 수도 있다. 그래서 여행에 빠지게 됐다. 돌아오면 연기에 힘을 받는다.”
박민영은 어느덧 11년차 배우다. 촬영장에서 후배를 볼 수 있는 여유도 생겼다. 그는 “다양하게 도전하려고 한다. 했던 것은 과감하게 포기하는 편이다”라면서 “연기를 좋아하지만 365일 연기하는 건 아니다. 일상으로 돌아왔을때 행복하게 살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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