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끼줍쇼’는 프로그램 속성상 “왜 남의 집에 가서 밥을 달라고 하지?” “지들은 더 잘 살면서” “민폐 아냐?”라는 반응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런 감정을 가지고 본 게 결과적으로 예능적 재미를 주었다. 무미건조한 일상다큐와 다르게 느껴지게 했다. 이경규와 강호동이 남의 집 벨을 누르고 집주인으로부터 “그런데요”라는 반응이 나오면 그렇게 통쾌할 수가 없다.
‘한끼줍쇼’ 윤현준 CP가 말했듯이, 이 프로그램의 기획의도는 우리나라 도시, 골목의 저녁 풍경은 어떠할까에서 출발했다. 집앞을 지나가면 코로 들어오는 밥과 국, 반찬 냄새를 느끼며 “이 사람들은 어떻게 밥을 먹을까”라는 생각이 떠오른다.
“그분(저녁밥 먹는 사람)들을 사전에 섭외하면, 자연스러운 그림이 안나오기 때문에 실례를 무릅쓰고 벨을 누르게 했어요. 그래서 잘 모를 수도 있는 연예인이 아니라 강호동, 이경규가 누르면 ‘아 이 사람이구나’ 하고 알게돼 실례가 덜 되게 했죠.”
그러니까 초반에는 ‘왜 밥을 달라고 하지’에 이입이 됐다면, 시간이 지나고 이에 대한 적응이 돼가면서 한끼의 소박함, 한끼의 중요성을 좀 더 느끼게 해주었다.
“그분들과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하면서 사람 사는 모습이 별로 다르지 않구나, 자기들만의 이야기로 살고 있구나 하는 걸 보셨을 겁니다. 여기서 살이 붙어나갔죠. 시청자분들도 이들과의 소통을 흐뭇하게 바라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특히 윤현준 CP는 “가장 고마운 건 식사를 허락해주신 분이지만, 벨로만 소통하신 분, 길거리에서 만나 소통하신 분들이 모두 ‘한끼줍쇼‘를 구성하는 중요한 부분이 됐어요. 또 강호동, 이경규 씨외에도 밥동무로 오신 연예인들과의 토크도 프로그램을 풍성하게 만들어주었고요”라고 말했다.
‘한끼줍쇼’는 JTBC 예능국에서 ‘그레이트맨‘이라는 기획물에서 힌트가 얻어져 탄생했다. MC가 숟가락 하나 달랑 들고 유명인을 찾아가는 내용이라고 했다. 하지만 유명인을 찾아가는 게 식상하고, 섭외 느낌도 나 비연예인으로 바꿨다는 것.
“보통사람으로 ‘한끼줍쇼’를 한 것에 대해 논의했을때 내부적으로도 찬반이 팽팽했어요. 방현영 PD는 해볼만 하다고 했지만, 계속 방송할 수 있을지에 대한 반신반의도 있어, MC를 국민MC급으로 하자고 해 강호동-이경규 조합이 탄생했어요. 두 MC가 안했으면 프로그램을 못했을 수도 있었어요.”
‘한끼줍쇼‘에서 방현영 PD는 동네를 새롭게 조명하는 데 관심이 있고, 윤현준 CP는 비연예인의 저녁 식사에 관심이 많다. 이 두 가지가 상승작용을 일으킨 것 같다.
휙 지나가면 아무 것도 아닌 것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보이는 것이 있듯이 ‘한끼줍쇼’는 동네의 재발견이라는 의미가 있다. 우리네 삶에서 사라져가는 동네와 골목이라는 공간을 조금 느껴볼 수 있는 기회다. 100% 진짜인데다 ‘여기에 나오는 사람들=우리네 이야기’이기 때문에 감정이입은 저절로 된다.
창신동, 김포, 과천, 삼성동, 망원동 등 동네마다 비슷한 듯 하지만 다 다르다. 느낌과 풍경이 조금씩 다르다. 사람들도 평범하지만, 저마다 각각 다른 스토리와 정서를 가지고 살고 있다. 1주년을 기념해 다시 찾은 망원동편에서도 3대가 모인 집이 있는 가하면 혼자 사는 욜로 청년의 삶도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집밥을 1년6개월간 못먹었다는 박지훈에게 “더 먹어”라고 말하던 전주 효자동 어머니와, 모노레일 사업을 한다는 이태원의 멋진 집, 동갑인 이경규가 친구 하자고 하니까 “안한다”면서 연하남을 거론한 서래마을 아줌마 등 저녁을 허락해준 몇몇 주인들이 떠오른다.
물론 밥 한끼 하는 모습을 담은 ‘한끼줍쇼’를 통해 출연자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세세하게 알 수는 없지만, 저녁은 일상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최근 우리 방송은 외국인들이 한국에 오고, 한국인이 외국에 나가 현지 가정에 들어가거나 여행을 다니는 프로그램이 인기다. 그런 여행 체험프로그램은 구경하기만 하는 게 아니라, ‘살아보기‘를 체험하거나 구경하는 것들이다. ‘한끼줍쇼’에도 사람들이 살아가는 집을 구경할 수 있는 매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