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 연예톡톡]‘마블리’의 정체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 기자]영화 ‘범죄도시’가 누적 관객수 500만명을 돌파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그동안 개성 강한 조연이었던 마동석은 여기서 처음으로 주연을 맡아 흥행세를 이끌고 있다. 맨주먹으로 조선족 조폭을 일망타진하는 강력반 괴물형사 마석도가 그의 역할이다.

여기 나오는 조폭들은 모두 포악하고 잔인하다. 맥락이 없이 무조건 찌르고 본다. 하지만 우리는 마동석이 있어 든든하다. 서로 정교하게 합을 맞추는 액션이 아니라 주먹 한방으로 조폭들을 때려잡는다. 너무 통쾌하다.


‘범죄도시’는 주연을 마동석이 맡지 않았다면 재미와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는 영화다. 보통 영화들은 캐릭터가 먼저 있고, 그 캐릭터를 배우가 연기하게 된다. 여기서는 거꾸로다. 마동석이라는 배우 캐릭터가 먼저 있고, 그것으로 영화를 만든다. 

이 점에서 아놀드 슈왈츠네거나 성룡, 이소룡과 비슷하다. 실제로 마동석은 콘텐츠 창작그룹 ‘팀고릴라’ 리더로 이 영화의 스토리 구상부터 캐릭터 구축, 시나리오 전 과정에 참여했다.

마동석이 이런 역할에 적임자라고 하는 이유는 이미지의 양면성 때문이다. 울뚝불뚝한 근육질 몸매 이미지와 귀여움이 공존한다. 이 둘은 서로 충돌하지만 묘한 반전으로 마동석만의 정체성을 확보하게 한다.

그는 팔뚝 둘레가 무려 20인치다. 네티즌들은 몸 자체가 장르라고 한다. 다음달초 개봉하는 영화 ‘부라더’에서 함께 연기한 이동휘는 팔뚝이 허벅지인줄 알았다고 했다. 팔을 올려 주먹을 범인에게 날리면 상대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마치 인터넷 게임 캐릭터처럼 상대를 제압한다. 전설처럼 내려오며 ‘뻥&구라’가 첨가된 ‘원펀치 쓰리 강냉이’식이다. 영화 ‘부산행‘에서도 질긴 좀비를 맨손으로 때려잡는다.

하지만 그는 표정부터가 귀엽다. 약간 우는 듯한 표정이 나올 때가 있는데, 이런 표정들이 친근감을 유발한다. 까까머리를 하면 더욱 귀여워진다. 한국에서는 마초 이미지만 계속 나오면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는다. 김보성도 ‘시(詩)’를 읽으면서 운다.

강함을 누그러뜨릴 뭔가가 필요하다. 코믹이다. 마동석에게는 이게 자연스럽다. 이미 영화 ‘베테랑’에 우정출연해 ‘나 아트박스 사장인데’라고 말하자 빵 터지는 건 마동석이기에 가능했다. ‘범죄도시’에서도 팔꿈치에 난 상처가 보이지 않아 애를 쓰는 장면은 그 자체로 웃음을 유발했다.

한국 사람들이 가장 싫어하는 게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사람이다. 마동석은 그 반대다.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는 한없이 약해지는 진정한 ‘서민형 히어로’다. 약자를 보호해주는 이런 이미지는 서민들의 로망이자 판타지를 실현시켜줄 수 있다.

마동석은 ‘범죄도시’에서 잔인한 범죄자를 심문하면서 거칠게 다루자 범죄자가 “경찰이 이래도 되나”라고 할때 “사람 죽이는 너 같은 놈한테는 그래도 돼”라고 말한다. 강력반장이 마동석팀의 실적이 미진하다며 닥달하자 “우리 애들 그만 좀 쪼아대. 며칠동안 날밤 새며 일하고 있어”라고 말하며 후배들을 보호해준다.

음식점 소년 앞에서는 그는 모든 걸 다 줄 수 있을 정도로 한없이 부드럽다. 자신의 힘은 정의와 질서를 위해서만 사용하는 것이다. 그래서 악인 역할을 절대 권장되지 않는다. 연기 상황이라도 그의 악행은 보고싶지 않다. 마동석은 약자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자상하고 인간미가 넘친다. 마동석은 그렇게 우리들의 영웅이 됐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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