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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특집]한인 의류산업계 위기 속 새틀 짜기
(상)변화의 중심에 선 의류업계
(하)봉제-원단 업계, 변해야 산다
여전히 남가주 지역 한인사회에서 가장 큰 경제 규모를 보이고 있는 LA다운타운 의류 산업계는 올해 역시 혼돈의 시간을 보냈다.
최근 3~4년 사이 오프라인 의류 체인들의 부진으로 인해 문을 닫는 유통 업체들이 급속히 늘고 있는 가운데 올해도 그 영향권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팔데가 없다”는 하소연이 올해도 한인 의류업계에서 떠나지 않는 모습이었다.
의류 산업계를 중점 취재 왔던 헤럴드경제의 지난 1년간의 기사를 통해 업계의 현재 모습과 발전 가능성을 2회에 걸쳐 진단해 본다.
▶유통 변화 중심에 선 의류산업
상반기부터 긍정적인 신호 보다는 부정적인 소식이 업계를 가득 채웠다. 1분기 한인 업계가 그나마 기대했던 라스베가스 매직쇼를 비롯한 미국 각지역에서 열렸던 의류 트레이드쇼는 예년에 비해 현격하게 줄어든 바이어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의류 트레이드쇼의 주 고객인 미국 전역에 있는 소규모 의류 소매상들 역시 온라인과 모바일에 밀려 매출이 크게 줄고 있는 점 현장에서 그대로 반영됐다. 각 지역 트레이드쇼에 참가하는 상당수 한인 업체들이 최소 10%이상 현장 매출이 감소해 이제는 참가 자체를 고민하는 업체들이 급속하게 늘고 있는 실정이다.
그 사이 주요 글로벌 신용 평가 기관에서는 미국내 의류 유통사 중 파산 위험도가 높은 업체를 추려 이른바 블랙 리스트를 공개해 또 한번 업계에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더욱이 리스트에 오른 업체중 일부는 이미 파산 또는 파산 보호 상태에 이르렀고 나머지 업체들 역시 여전히 신용 상태가 좋지 못한 상태다.
중대형 유통사들의 잇따른 파산으로 생존을 위한 몸부림은 더욱 거세졌다. 과거처럼 대규모로 구매하던 방식에서 다품종, 소량 생산과 인기 있는 제품을 재구매 해서 재고 부담을 줄이는 방식으로 유통 구조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특히 영국 등 유럽에서 시작된 이른바 ‘울트라 패스트패션’의 영향으로 이런 추세를 더욱 빨라지고 있다. 울트라 패스트패션은 기획부터 2주 안에 소비자들과 만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아직은 일반 오프라인 매장 보다는 온라인 패스트패션 업체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구조다.
아직은 온라인 중심이지만 점차 오프라인 중심의 유통사들 역시 매장과 자사의 온라인 사이트와 연계해 이런 방식을 하나 둘 씩 도입하고 있다.
최근 20여년 사이 포에버21을 비롯해 대형 유통사들과 거래를 크게 늘리면서 소품종, 대량 생산 등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가며 매출과 수익을 늘려 왔던 한인 업계 입장에서 보면 급변하는 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기이기도 했다. 상반기 끝자락에 터진 한인 의류 유통업체 파파야의 파산 보호 소식은 의류업계에 큰 충격을 안겨줬다.
하반기 들어 2월 파산보호 상태에 이른 의류 유통상 ‘Wet Seal’ 거래처에 대해 90일 회수 조항에 따라 결제 대금을 회수하라는 법원 명령이 내려져 다시 한번 대금 회수에 대한 문제가 불거졌다. 일반적으로 상품인도결제방식(COD)나 인도 전 결제방식(CBD)으로 거래한 경우에는 파산보호를 해도 90일 조항에 포함되지 않는다. 팩토링 서비스를 이용해도 이를 피할 수 있지만 여전히 이에 대한 예방 없이 거래를 하다가 불이익을 겪는 한인 업체가 적지 않았다. 하반기 들어서도 차밍찰리를 비롯해 한인 업계와 관계가 많았던 유통사들의 파산 행렬이 이어졌고 그 때마다 피해를 호소하는 한인 업체들이 적지 않았다. 더욱이 오프라인 매장 중심의 유통사들의 이런 현상은 내년에도 지속 될수 밖에 없어 이 현실을 어떻게 슬기롭게 대처하는지가 업계의 숙제로 남았다.
▶불황속에서도 탈출구는 반드시 있다.
올해 한인 의류산업계의 가장 큰 키워드는 구조조정이다. 허리띠를 꽉 졸라 매듯 인력 구조를 개편해 인건비 부담을 우선 줄인 업체가 대부분이다.
물론 필요에 따라 인력을 추가 한 업체도 있지만 대부분의 업체들은 인력을 줄였다. 무리하게 직원을 해고하기 보다는 자발적으로 퇴사하는 직원들의 자리를 다른 직원들이 나눠서 업무를 분담하는 방식으로 운영중이다. 물론 늘어난 업무량 만큼 임금을 올려주는 방식으로 능력 있는 직원들은 유지하는 업체가 대부분이다. 업무를 크게 늘었는데 적절한 대우를 해주지 않으면 언제든 다른 경쟁사로 옮길 수 있기 때문이다. 파산하는 유통사들이 늘면서 이제는 추가 비용을 내더라고 외상 보험 가입이나 팩토링 서비스 이용을 통해 결제 대금을 지키려는 노력이 올해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대부분의 팩토링 서비스 업체나 외상 보험사들은 거래에 앞서 해당 유통사의 재무 상태를 점검해 주는 서비스도 제공해 주고 있어 이제는 위험하게 거래처를 늘리기 보다는 안정적으로 납품과 대금 회수가 가능한 거래처를 찾는 움직임도 본격화 됐다. 줄어들고 있는 거래처를 늘리기 위한 노력도 올해 본격화 된 것도 업계의 특징이다.
온라인을 활용해 소비자들과 직접 만나는 업체들이 눈에 띄게 늘었고 울트라 패스트패션으로 불리는 영국 등 유럽 온라인 소매 전문 업체와 거래를 새롭게 시작한 한인 업체도 이제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게 됐다. 여성복 업체 허니펀치를 시작으로 영국을 시작으로 미국내 주요 지역 탑샵으로 직접 진출해 소매 판매를 시작한 업체도 올해 주목된다.
이 업체는 올해 하반기 시작해 이미 미국과 영국에 10여개 지역에 입점해 있고 내년에도 10개 이상 매장을 늘려 나가기로 했다. 이 업체를 뒤를 따라 2~3개 업체도 현재 탑샵과 유사한 방식으로 매장 입점을 위한 협의를 진행 해 LA지역 한인 의류업계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인의류협회 김영준 차기 회장은 “최근 들어 유통 환경이 급변함에 따라 한인 업계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점차 각 업체 상황에 맞게 해결 방안을 마련하고 슬기롭게 대처하고 있다”며 “앞으로 업계가 힘을 모아 보다 나은 환경에서 사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협회 차원의노력을 이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