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빵생활’, 정경호의 캐스팅이 아름다운 이유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슬기로운 감빵생활’의 신원호 감독은 이준호 캐릭터 캐스팅이 쉽지 않았다고 했다. 김제혁 역을 맡은 박해수를 중심으로 해서 돌아가는 이야기라, 연극배우로 드라마계에서는 신인인 박해수가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밝히면, 이준호 역에 주연급 배우를 캐스팅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정경호는 신 감독에게 “아무 역도 상관없으니까 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다시 만나 얘기했다.신 감독은 “‘이준호가 1순위 아닌데’ 라고 했지만, 그는 기꺼이 와줬다. 고마웠다”고 했다. 이어 신감독은 정경호에 대해 “이렇게 바르게 자랄 수 있나? 스태프에게도 좋은 기운을 준다. 상냥함에서 풍기는 기운이다. 너무 감사한 케스팅이다”고 전했다.

여기까지는 팩트이고, 기자의 생각을 좀 덧붙이고 싶다. 정경호는 분량에 관계없이 응답 시리즈를 만든 신원호 팀에 무한 신뢰를 가졌던 것 같다. 


정경호는 믿음에 부응하듯 분량을 무색케하는 압도적 존재감으로 이준호 캐릭터에 완성도와 매력을 부가하고 있다. 조력자 롤을 넘어 멜로 라인도 급물살을 탄 만큼 정경호의 활약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신원호 감독도 분량, 캐릭터 비중에 상관 없이 기꺼이 참가해준 정경호에게 분량으로도 보은(?)을 해주는 것 같다. 이런 게 서로가 서로를 알아본다는 것이다.

정경호가 섬세한 연기력으로 캐릭터의 입체감을 불어넣고 있다. 20일 방송에서는 밝게만 보였던 준호(정경호)의 반전 사연이 공개됐다. 사고로 야구를 그만둔 뒤 교도관이 되기까지 준호의 과거가 그려지며 ‘친구바라기’ 만이 아닌 인간 이준호의 진면목이 드러났다.

준호는 가족과 친구들에게만큼은 유머러스하고 다정한 캐릭터. 반면, 교도소 안에서는 타인과의 관계에 무신경하고 원칙을 앞세우는 교도관으로 보여왔다. 특히 학창시절을 온전히 야구로 보냈고 정상의 위치에서 사고로 꿈을 잃었지만 현실적인 삶을 선택한 이성적인 인물로 그려졌다.

하지만, 속내는 달랐다. 야구를 포기하고, 학창시절 시작해 성공가도에 올랐던 벤처 사업을 그만뒀던 자신의 선택을 늘 후회하며 살아왔던 것. 준호는 제희(임화영)와 술잔을 기울이며 “인생이 후회되는 일 천지”라며 “야구를 계속할걸 사업을 계속할걸 자다가도 후회가 된다. 지금 하는 일이 늘 불안하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겉으로 무신경해 보인 그가 그간 동료를 위해 일찍 출근해 온 데다, 옳은 일을 위해서는 이성의 끈을 놓기도 하는 인간적인 면모가 옥중 단식투쟁중인 목 신부 에피소드를 통해 드러났다.

정경호는 그간 강렬한 캐릭터가 즐비한 ‘감빵생활’에서 유연한 연기로 극의 중심을 잡아왔다. 더불어 이날 방송에서는 그간의 밝음이 아닌 고민과 후회 속에 현재를 살고 있는 준호의 반전을 디테일한 연기력으로 그려내며 시청자의 호평을 이끌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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