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 연예톡톡]2회밖에 안남은 ‘감빵생활’, 캐릭터들의 감정선을 끌고가는 방식

-섬세하고 인간적으로 끌고간다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슬기로운 감빵생활’이 2회밖에 남지 않았다. 좀 더 방송해주면 좋겠다. 문래동 카이스트 강철두(박호산)의 이감 소식에 시청자들이 뿔났다. 실제 감옥에서 이감은 직전에 알려준다고 한다.

문래동 카이스트 뿐만 아니라 2상6방 수감자들은 시청자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당초 우려했던 범죄 미화의 우려를 완전히 떨쳤다.

여기에는 제작진의 세세한 노력이 한몫했다. 감옥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그 공간의 현실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적절한 상황에 “여기 착한 놈이 어디 있습니까. 다 도둑놈이죠. 기본이 양아치인데 착하고 안착하고를 따져 뭐합니까”(유정우) 같은 대사를 집어넣어 범죄자들이 있는 공간이라는 인식을 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시청자를 강하게 흡입시킨 것은 무엇보다 캐릭터의 감정선을 섬세하고 인간적으로 끌고갔다는 점이다. 문래동 카이스트는 혀 짧은 소리로 시청자를 계속 즐겁해 해주다가, 절절한 부성애를 보여주고 퇴장(이감)했다. 자식에게 간을 이식해주는 아버지와, 감옥에 있는 아버지의 간을 안받으려는 아들. 자식에게 아버지임을 밝히지 못하는 ‘홍길동 뉴 버전’ 이야기는 특히 자식을 가진 아버지에게는 심금을 울려주었다.

요즘은 유정우(정해인) 대위가 중대원을 무자비하게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억울한 살인 누명을 풀어주기 위해 재심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 유정우를 바라보는 주요한 감정선은 크게 3가지로 나눠진다. 우선 유 대위가 범인이 아니라 오 병장이었음을 증언해줄 사람들이 주 상병, 최 상병, 임 상병 등등인데, 실제 이게 쉬운 일이 아니다. 시청자는 조마조마하며 보게 된다.

하지만 유 대위는 과거 주상병이 휴가중 늦게 복귀했지만 탈영으로 처리하지 않았다. 그의 어머니가 응급실에 실려간 사정을 알고 오히려 휴대폰을 건네주었다. 주상병은 유대위에게 인간적으로 신세를 졌다. 이런 에피소드를 넣어 주상병의 증언을 기대하게 했다.

어릴 때에는 서로 무뚝무뚝했던 유정우와 형 유정민(정문성) 간의 형제애 또한 중요한 감정선이다. 형은 동생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뛰어다니느라 대학 교수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동생은 형에게 “이제 그만하고 학교에 충실해”라고 해야되나 하며 고민했다. 시청자들은 이들 형제애를 부러워하면서 공감했다. 이때 감방에서 유 대위와 티격태격하다가 어느덧 ‘절친’이 된 ‘헤롱이 한양(이규형)이 “그냥 솔직하게 끝까지 도와 달라고 해”라고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넸다. 

유 대위는 한양의 동성애를 이해못한다고 했다. 하지만 마약중독자가 자신의 죄를 덜기 위해 한양에게 억지로 약을 먹일 때, 한양을 구해낸다. 이처럼 유대위는 주상병을 위한 배려, 형제애, 한양 구출 등의 에피소드를 통해 시청자들이 감정선을 끌고갈 수 있게 해준다.

이전에도 고 박사(정민성)가 이감할 때에도 김제혁을 위해 깨알처럼 쓴 ‘훈련일지’를 선물로 남기고, 이런 고 박사에게는 장기수 김민철(최무성)이 티머니 카드와 진심 어린 응원을 건네 아쉬움을 더하게 만들었다. 이런 수감자들의 이별 의식은 특별한 건 아니지만, 앞서 고 박사라는 캐릭터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기 때문에 이런 장면 하나로도 시청자를 찡하게 만들 수 있다.

가족도 친구도 없을 것 처럼 보이며 외로움을 키우던 김민철이 외모는 조폭같지만 젊었을 때에는 풋풋한 사랑을 나누던 순수함을 보여주고, 논문을 쓰기 위해 자신에게 인터뷰 하러 온 여대생이 혹시 딸이 아닌지 궁금하게 하는 것도 캐릭터의 감정선 연결에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캐릭터 만들기의 섬세함은 14회 말미 목공반장의 재등장 한 장면만으로도 궁금증(가령, 김제혁의 마지막 시련)을 충분히 유발시킨다.

이처럼 재소자 캐릭터에게 미세한 감정선까지 챙기느라 러브라인이 오히려 약간 뒤로 밀려난 게 오히려 잘 된 일이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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