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배우 서지혜(33)는 ‘흑기사’에서 자신에게 가장 맞는 옷을 입어 ‘포텐’을 터뜨렸다.
샤론이라는 캐릭터다. 과거 큰 죄를 짓고 늙지 않는 삶을 250여년간 살고 있는 악녀다. 여기서 그녀는 화려함은 기본이고, 독특한 샤론 캐릭터의 아우라를 만들어냈다. 20회까지 총 100여벌의 옷을 입었고, 샤론 패션이 화제가 됐다.
“옷은 평상시 심플하게 입는 편이다. 드라마에서도 단정한 오피스룩을 많이 선보였다.이번에는 마음껏 입을 수 있어 좋았다. 패션 리더까지는 아니지만, 눈에 띄고, 카리스마 있는 의상을 표현하기 위해 신경 쓴 것도 있다. 나는 원래 화려한 걸 좋아한다.”
서지혜는 샤론이 독특한 캐릭터이자 독특한 설정이 있는 인물이라 이번 작품을 선택했다고 했다. 그는 “샤론은 정해라(신세경)를 괴롭히며 악행을 하지만, 안타깝고 불쌍한 여자다. 사랑받지 못하는 아픔에 치중했다”고 샤론 캐릭터를 설명했다.
“샤론이 너무 무겁지는 않았으면 한다고 감독님이 말씀하셨다. 가벼우면서도 뭔가 있는 블랙 코미디처럼 가자고 했다. 샤론은 첫사랑을 이루지 못한 집착이 크다. 환생했을 때도 그런 감정이 나왔을 것이다.”
샤론의 현재 직업은 양장점 디자이너다. 일에서는 똑부러지고, 패셔너블한 그는 디자이너로서의 자부심 또한 가지고 있다. 그래서 많은 시청자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샤론은 사랑에서만 바보였다.
“드라마 한 편 했는데, 4~5개 한 것 같다. 에너지, 체력이 많이 소모됐다. ‘흑기사’는 장르가 애매할 정도로 스릴러 코믹 액션 로코 등 많은 요소가 들어가 있었다. 우리끼리는 실험적인 드라마라고 했다.”
서지혜는 노인 분장까지 하는 등 캐릭터의 다양함을 잘 보여주었다. 주름진 손 하나 만드는데 무려 한시간 반이나 걸린다고 했다.
“지인들에게는 보지마라고 했다. 충격적일 수 있는 장면이었다. 마지막에 노인 상태에서 불에 타 죽는 모습에는 많은 게 담겨있다. 샤론으로서는 할 것을 다해 여한이 없는 상태다. 마지막으로 수호(김래원)와 해라의 옷을 만들어주고, 그들이 그 옷을 태울때 내 몸도 타버리는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서지혜는 함께 연기한 장미희(장백희)와, 샤론 양장점에서 일하는 남자 직원 김설진(양승구)과도 좋은 케미를 선보였다. 그는 “장미희 선생님과는 두번째 작품이었다. 무섭지 않고 소녀 같았다. 그런게 드라마에서 나오지 않았나. 극중에서도 엄마, 언니, 친구 같기도 했다. 내가 백희를 죽일때는 슬펐다”고 했다.
‘댄싱9’ 시즌2 MVP로 뽑힌 김설진에 대해서는 “드라마는 처음인데, 춤을 전공해서인지 연기가 무척 자연스럽웠다. 내가 쓸쓸하고 외로운 분위기에서 와인을 마시는 장면을 김설진 씨가 춤으로 표현하는 게 있는데, 기술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샤론의 느낌을 그대로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서지혜는 14년간 연기했다. 승승장구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는 내적으로 성숙했다.
“20대는 패기와 열정으로 달려왔다. 중간에 회의가 생겼다. 연기를 계속 해야 하는지를 자문하며 고민했다. 1~2년간 쉬었다. 그러던 중 한 선배가 버티는 게 승자라고 했다. 한번 버텨보자. 30대에 접어들면서 캐릭터에 대한 이해도 높이고, 깊이 있는 연기를 하려고 노력했다. 주위에서는 왜 서브여자주인공만 하냐는 등의 말도 하지만 중요한 건 그런게 아니다. 목표가 달라지자 보는 눈이 달라지고 깊게 생각할만한 저만의 깊이감이 생겼다.”
서지혜는 인기 추구를 벗어나자 인간관계들이 보였다고 했다. 그는 “옛날은 내가 더 잘해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시야가 좁아졌다. 마음이 더 열리자 인간관계가 보이고, 사람을 만나는 것도 편해졌다”고 말했다.
서지혜는 10년 뒤 목표를 정하지 않았다. 그때 그때 좋은 작품을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했다. 차가운 이미지를 지녔던 서지혜가 자신감을 얻었다. 이제 코믹에도 도전해보고 싶다고 했다. ‘쌈마이웨이’의 애라(김지원)의 밝은 애교도 자신있단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