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윤상기를 멋있다고 하는 이유는 드라마에서 만들어진 아빠상이 아니라 현실적인 ‘리얼 아빠’의 모습으로 멋있기 때문이다. 멋있게 가공되지 않은 이 시대 아빠로서 좋다.
상기는 딸이 좋다고 하는 걸 무한 지지해주는 아빠다. 딸의 선택을 존중한다. 그는 딸인 윤진아(손예진)가 친구 동생인 서준희(이해인)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진작에 알고 있었다. 하지만 기다렸다. 딸이 말할 준비가 돼있는지를 계속 기다렸다.
딸이 아빠에게 무릎을 꿇었을 때에도 딸의 마음을 잘 이해해줬다. 30대 딸과 대화가 통하는 60대 아빠. 이 땅의 다 자란 딸들은 “나도 저런 아빠가 있었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을 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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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입장에서 자녀 결혼 문제에 자식(손예진)과 함께 결혼할 사람(정해인), 제 3자(시청자) 모두를 만족시키기는 매우 어렵다.
가족 이기주의에 빠질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아무리 진아랑 둘도 없는 친구래도 난 네가 먼저야. 네 눈에서 피눈물 나는 꼴 못 봐”라고 남동생 정해인(서준희)에게 말하는 서경선(장소연)처럼 말이다.
물론 상기는 예고편에서 봤듯이 “넌(정해인), 내 기준에 미치지 못해”라며 딸과 정해인과의 결혼을 결사 반대하는 아내 길해연의 남편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 딸에게는 “(엄마가 그러는 것은) 너 잘 되길 바라는 심정이야“라고 엄마의 뜻을 이해하라고 말하면서.
하지만 그런 아내에게는 끊임없이 설득하며 딸의 편이 돼주고 있다.
“지들도 생각이 있을텐데. 두고 보는 게 어때. 둘이 좋아지는 게 어떻게 되나. 사랑이 뭐. 사랑이 뭔지 알어“
윤상기는 상황으로 볼 때 대한민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빠다.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정년퇴임했지만, 어느덧 삼식이가 돼버려 아내의 눈치를 봐야 한다. 엄마는 남편 상기의 퇴임 후 목소리가 더욱 커져 집안을 호령한다.
상기는 가정에서 점점 위축되며 일상이 무료하다. 명함과 직책 직책 없이 사는 방법에 익숙하지 않아 새로운 라이프에 익숙하지도 않다.
하지만 윤상기 같은 아빠를 둔 가족들은 든든할 것 같다. 가정의 평화를 유지시키는 기둥이다. 해체돼가고 있는 가정에 이런 아빠는 가족 결속력을 강화시켜준다. 이런 아빠가 지금 별로 하는 것 없이 보여도, 정말 큰 일을 하고 있는 거다.
이 드라마는 진아와 준희의 ‘예쁜 연애’를 보게하면서, 집에 계시는 아빠를 한번 생각하게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