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표]아이돌 가수를 소비하는 수용자 변화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아이돌 가수들을 소비하는 문화에 중요한 변화의 흐름이 생겼다. 몇년간 진행된 흐름이기도 하다. 과거에는 춤 잘 추고 노래 잘하는 아이돌을 선호했다. 지금은 여기에 머리 좋음, 머리 잘 씀이라는 덕목을 추가해야 한다.

과거에는 아이돌이 논리적으로 따지듯 물어보면 매니저가 “그런 것 따질 시간 있으면 춤 연습 한번 더해라”고 말하는 게 상례였다. 기계적으로 훈련받아 잘 하는 조각 같은 얼굴의 아이돌이 막상 입을 열면 깨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말을 못하게 함으로써 본의 아니게 신비주의 콘셉트가 된 예도 더러 있다.

머리 잘 쓰는 아이돌은 아이큐가 높고 멘사 출신의 아이돌만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블락비의 박경처럼 ‘뇌섹시대-문제적 남자’에 출연하는 아이돌을 보면 멋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상위 1% 두뇌들은 정해져 있다.

머리가 좋은 것도 중요하지만 머리를 잘 쓰고 있는 아이돌을 보는 걸 대중들은 좋아한다. 이런 아이돌의 대표적인 인물이 방탄소년단의 RM이다. 물론 RM은 ‘문제적 남자’에 초기에 나와 문제를 거의 다 맞힐 정도로 머리도 좋다. 그는 한국에서 공부한 영어로 미국에 사는 사람 같은 발음을 구사했다.

머리를 잘 쓰는 아이돌에게서 가장 중요한 점은 자신의 관점에서 음악은 물론이고 주위에 대한 해석력을 가지는 것이다. 정답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자기 생각을 가지라는 것이다. 아이돌의 세계관을 논하는 시대에 자신의 생각과 해석이 없다면 음악의 주인이 아니라 음악의 손님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평소에도 머리를 잘 굴려야 한다. 무슨 질문을 던져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자신에게 물어봐야 한다. 머리를 잘 쓰고 있는 아이돌을 대중은 좋아한다. RM을 인터뷰해보면 음악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막힘없이 술술 이야기하는 게 대견하다 싶을 정도다.

글로벌 아이돌 육성 프로젝트 ‘프로듀스48’ 같은 음악서바이벌에서 요구되는 덕목은 팀 활동에 필요한 배려심과 이타심 등 정신적 건강함이다. 하지만 이런 것은 시대를 막론하고 필요한 덕목이다. 오히려 자신의 이기심을 자신의 관점으로 풀어낼 줄 아는 아이돌을 보고싶어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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