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인 의류 업계에 틈새 경영의 중요성이 새삼 강조되고 있다.
수년간 이어진 침체의 여파로 인해 잔득 움추려든 한인 의류 시장의 새로운 활력소를 위해 시장의 변화에 맞는 틈새를 찾고 이를 늘리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새로움 보다는 놓치고 있는 것을 찾아라
첨단 기술을 결합해 승승 장구 하고 있는 실리콘 밸리의 대표 기업 우버와 에어비앤비는 사실 새로운 사업 영역은 아니다.
과거 한국에서도 지하철역에서 학교나 대규모 빌딩들이 밀집해 있는 지역으로 출퇴근 시간에 오가던 택시 합승이 진화한 형태가 우버로 볼수 있다.
도로를 달리던 택시를 잡던 방식에서 스마트폰 앱을 이용하는 도구만 바꿨을 뿐이지 근본 방식은 같다는 이야기다.
대학 시절 외곽 지역으로 MT를 한번쯤 다녀온 경험이 있다면 민박집에 대한 추억은 누구나 있다.
인심 좋은 시골 아주머니나 할머니를 만나면 다음날 아침 시골밥상으로 식사를 했던 것을 떠올리면 에어비앤비가 전혀 새롭지 않다는 것도 느낄수 있다.
한인 의류업계 역시 유통 환경은 급변하고 있지만 전체 시장이 크게 줄어들지 않은점을 감안하면 생각 할 것이 많아진다.
어딘가에서 매년 비슷한 규모로 옷이 팔리고 있고 또 누군가는 소비자들에게 팔리고 있는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는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유통 환경이 오프라인에서 빠르게 온라인과 모바일로 옮겨가고 있고 그에 따라 대형 쇼핑몰이 위기하는 말이 수년전부터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오프라인 판매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80%에 육박하고 있다.
또한 온라인과 모바일 판매처 역시 고객들에게 팔릴 제품을 찾기 위해 오프라인 도매 의류 업체를 찾고 있는 점도 간과할수 없는 사실이다.
▲ 틈새를 키운 한인 업체들
작게만 보이던 틈새를 찾고 이를 넓히기 위한 노력을 펼쳐 짧게는 1년 길게 봐도 4년 안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룬 업체들이 있어 관심이 모아진다.
A업체는 4년여 전 중소 규모 데님 도매 업체를 인수했다.
당시만 해도 데님시장이 급격하게 악화되던 상황인 터에 주변에서는 잘못된 판단을 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4년 6개월이 지난 현재 A업체의 데님 자회사의 매출은 40배 이상 폭발적으로 늘었다.
주변에 만류에도 불구하고 A업체 대표는 작은 틈새를 봤고 직접 하기 보다는 나름의 노하우를 갖춘 작은 업체를 인수해 체질 개선을 이뤘고 자사의 기존 도매 유통망을 활용한 판매를 성공적으로 이루게 됐다.
대형 유통사 납품 중심으로 회사를 키워가던 B업체는 9년전 온라인 사업 부문을 만들어 기존 도매 플랫폼 뿐 아니라 자체 온라인 도매를 차근 차근 키워 나갔다.
10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이 업체의 전체 매출중 온라인 차지하는 비중이 30%를 넘어섰고 2년전부터는 고급화 전략을 더한 자체 도소매 브랜드를 런칭해 온오프라인이 결합한 옴니채널 형태의 판매 다변화 정책으로 사업 영역이 확대됐다.
다양한 소재와 디자인을 무기로 시장을 차근 차근 공략했던 C업체는 1년 3개월전 글로벌 패스트패션 브랜드와 협업해 매장내 자체 브랜드 공간을 확보해 판매 다각화를 시도했다.
불과 1년이 조금 지난 현재 이 업체는 미국 뿐 아니라 유럽 지역에 10배 가까이 입점한 매장수를 늘려 이제는 협업을 통한 소매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진다.
또한 매장내 일정 공간에 제품을 진열하다 보니 제한적인 숫자의 제품을 선보일수 밖에 없어 C브랜드에 호감을 갖게 된 전세계 소비자들의 요청에 따라 별도의 온라인 소매 사이트까지 문을 열어 매출 신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산만 고집하던 D업체는 1년여간 준비 끝에 올해초부터 생산지를 해외까지 다변화 했다.
이미 20년 가까이 중국 등 해외 지역에서 의류 완제품을 수입하는 것이 보편화된 상황에서 D업체의 행보는 새로운 일은 아니였지만 회사의 체질 개선에 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특히 가격 뿐 아니라 생산 단계 전반에 걸쳐 경쟁력이 더해져 보다 좋은 품질의 제품을 보다 저렴하게 공급 할수 있게 돼 바이어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매출도 늘리는 계기로 활용하고 있다.
▲체질 개선 지금이 적기
상당수 한인 의류업체들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환경으로 인해 회사가 위축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흔히 하고 있다.
하지만 앞서 설명한 네 업체의 사례에서 봤듯 세상에 전혀 없던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기 보다는 현재 상황에 맞는 틈새를 찾아 이를 넓혀 간 것을 알수 있다.
회사의 규모나 각자 처해진 환경은 다르지만 분명 그에 걸맞는 틈새를 나오기 마련이라는 것이 이들 4개 업체 업주들의 한결 같은 의견이다.
A업주는 “당장은 바이어가 필요한 제품을 제때 공급하는 것이 우선이겠지만 앞으로가 더 궁금해지고 또 그 궁금증이 긍정적인 현실로 만들어줄수 있는 새로운 제품을 항상 공급함으로써 바이어와 신뢰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해야한다”고 강조했다.
B업주는 “9년전 대규모 도매 중심의 판매 형태를 그대로 유지했다면 현재 회사가 남아 있을지도 의문이다”이라며 “우선 회사와 업주의 현실을 반영한 냉정한 진단을 바탕으로 시장 흐름과 각자 처한 환경에 맞게 차근 차근 준비하는 것이 틈새 공략의 중요한 포인트”라고 말했다.
C업주는 “백화점이나 특정 브랜드 체인 매장 안에 자체 브랜드로 판매하는 것은 이미 오래된 방식이지만 누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성공과 실패가 나눠지게 된다”고 말했다.
D업체는 “20년 가까이 미국 생산만 고집했지만 1년여전 과감하게 체질 개선을 위해 노력했다”며 “제품 기획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완제품과 가격에 대한 경쟁력을 더하기 위한 전략이 더해져 매출 신장이라는 결과로 이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이경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