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은행 론오피서 자리이동 “막을 길 없네~”

은행SBA팀 자료
<사진:pexels.com>

“이러다가 그랜드 슬래머(한 종목에서 주요 타이틀을 모두 따내는 것)도 나오겠네요”

한인은행의 한 베테랑 융자담당자가 한숨지으며 한 말이다.

그랜드 슬래머란 한 스포츠 종목에서 주요 메이저 타이틀을 모두 따내는 선수를 의미하는 말인데 이 담당자의 말은 주요 한인은행의 대출 부서를 모두 거친 사람을 빗댄 것이다.

한인은행권의 론 오피서 부족 현상은 오늘 내일 일이 아니지만 연방중소기업청(SBA) 관련 직원의 경우 최근 일손 구하기가 더 어렵다고 한다.

한인은행 SBA 부서 관계자는 “지속적인 금리인상, 연방정부 셧다운, 여기에 타 은행 및 금융기관과의 경쟁 심화로 한인은행들의 SBA 대출 규모가 크게 감소하면서 직원 별 실적에 더 큰 격차가 벌어졌고 결국 일 잘하는 직원들은 인기가 더욱 높아졌다. 한 직원을 상대로 여러 은행이 더 높은 연봉 및 베네핏을 제시하기 시작하니 이직을 막기 힘들다”며 “스카우트가 활발하다 보니 실적이 좋기로 소문난 직원 혹은 팀 자체가 타 한인은행으로 옮기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실례로 최근 모 한인은행 SBA 부서는 여러 명이 차례로 퇴사했는데 얼마 후 퇴사 직원 모두가 같은 한인은행 SBA 부서에서 한데 모여 일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팀장 급 직원이 자리를 옮기며 자신의 라인을 모두 빼간 사례다.

앉아서 직원을 뺏긴 은행은 그 직원을 따라 떠나는 고객들의 대출까지 잃는 경우가 많아 손해가 막심하다고 한다.

일부 은행의 경영 방침도 SBA 직원들이 타 한인은행으로 옮기는 이유가 되고 있다.

최근 일부 한인은행 경영진들은 ▶SBA 융자 상환 지연 ▶금리 인상 따른 변경 이자율을 우려한 고객들의 대출 조기 상환 증가 ▶ 판매 및 마진 동반 감소 ▶ 연방정부 장기 셧다운에 따른 SBA 대출 업무 중단여파 ▶중소규모 은행과 일반 금융기관의 SBA 시장 진입에 따른 고객 유치 경쟁 등을 이유로 들며 당분간은 대출 증가 보다는 현상 유지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SBA 대출은 실적에 따라 인센티브가 지급되거나 향후 기본급 인상에 반영되는데 위에서 대출에 신중 하라거나 자제하라는 방침만 내리니 SBA 부서에 힘을 실어주는 타 한인은행으로 옮기게 된다는 말이다.

최근 타 한인은행의 SBA 부서로 이직한 한 직원은 “보수는 유의미한 차이가 나지 않았지만 얼마 전부터 내부 분위기가 침체돼 일 할 분위기가 나지 않았다”며 “새롭게 옮긴 은행에서 SBA 부서를 키워보겠다는 의지를 보여 이직을 결심했다”고 털어놨다.

미국은행과 SBA 시장에 새롭게 발을 들인 금융기관 역시 한인은행들의 경계 대상이다. 영어가 익숙한 1.5세 및 2세 직원들의 경우 한인은행에서 수년간 경험을 쌓고 난 후 웰스파고,체이스 등 SBA 대출이 강한 대형 은행으로 이직하는 사례가 많다. 이들 은행은 근무 조건과 실적 기준이 까다롭지만 한인은행 보다 1.5배 이상 높은 연봉을 보장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최근 SBA 대출 문제로 한 은행을 찾은 한인 사업가 김 모씨는 “은행에서 상담을 마치고 나오다 보니 나를 담당했던 한인 직원이 길 건너 미국 은행의 지점에서 나오며 인사를 하더라”라며 “조건을 들어보니 미국 은행 측이 더 좋았고 한국어 가능 직원이 많아 의사 소통에도 문제가 없어 한인은행에서의 대출을 상환하고 새롭게 융자를 받았다”고 말했다.

한인은행 관계자들은 “직원들이 높은 봉급을 보고 이직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며 “하지만 은행이 타 은행 직원을 빼와 빈 자리를 채우는 것을 당연시해서는 안 된다. 직원이 진심으로 만족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고 힌 은행에 머무르는 것이 장기적으로 본인 경력과 소득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해야 대출인력 유출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 “이라고 지적했다. 최한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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