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만이 지켜본 ‘한화 연패탈출기’…이제부터 새출발이다

18연패 뒤 2연승. 한화 선수들이 14일 열린 두산전에서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김성진 기자] 지난 14일 오후 2시, 포털사이트의 야구중계 라이브에 20만명이 넘는 야구팬이 몰려있었다.

전날 비로 중단돼 서스펜디드가 선언됐다가 속개된 한화와 두산의 경기였다. 나머지 8개팀의 경기가 5시에 시작하기 때문에 이 시간에 열리는 유일한 경기였다. 하지만 단순히 '유일한 경기'이기 때문은 아니었다. 바로 18연패에 빠져있는 한화가 과연 연패를 탈출할 것인지, 아니면 또 다시 연패를 추가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였기 때문이다.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당시 2위를 달리던 지난해 우승팀 두산이 앞서지만, 총력전을 선언한 한화의 결기는 예사롭지 않았다. 누적 시청자가 무려 200만명을 넘어섰다.

결국 한화는 무명 노태형의 극적인 끝내기 안타로 7-6으로 짜릿한 승리를 거뒀고, 이어 열린 경기에서도 3-2로 승리하며 18연패 뒤 2연승의 드라마를 썼다. 올시즌 단 한차례도 연패가 없었던 두산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최약체 한화에 하루 2승을 헌납하는 불명예를 당하고 말았다.

한화 구단은 14일 18연패를 탈출한 뒤 구단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재했다. 연합뉴스

한용덕 감독이 연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뒤 최악의 상황에서 지휘봉을 넘겨받은 최원호 감독대행은 일단 급한 불을 끄며 본격적인 팀 정비와 재정비에 힘을 쏟을 수 있게 됐다. 모기업인 한화는 14일 경기가 끝난 뒤 사과문을 발표하며 무기력한 경기에 대해 사과하고 팀 쇄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15일 현재 한화의 성적은 9승27패로 최하위. 하지만 아직 108경기가 남아있어 포기할 상황은 아니다.

문제는 반등의 여지가 많다는 것이다. 한화는 그동안 베테랑 감독들이 거쳐가는 동안 제법 많은 예산을 지원받았다. 비싸고 굵직한 FA선수들도 보강해봤지만, 이용규 정우람 정도를 제외하면 팀 전력을 끌어올린 선수는 많지 않았다. 장기적으로 팀에 부족한 포지션을 메꿔주고 해당 포지션의 젊은 선수가 성장할 때까지 버텨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오히려 노장 FA영입의 반대급부로 나간 유망주들의 빈 자리가 더 커보였다. KIA의 선발투수 임기영, 이용규의 보상선수였던 한승택, 트레이드로 떠난 노수광 오준혁 등 지금 어느 팀보다 한화에 필요한 젊은 유망주들은 한화에 없다. 물론 베테랑 선수들의 영입으로 2,3년간 전력이 강해졌을지는 모르지만, 이를 주도했던 감독이 떠나고 난 지금 이런 식의 근시안적인 트레이드나, 보상선수 유출로 입은 상처는 쉽게 아물리가 없다.

최 감독대행이 전임 감독과 마찰이 있었던 고참 선수들을 대거 2군으로 보내며 일단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이제는 연패탈출이 아니라 승리를 위해 다시 한번 변화가 필요한 시기다.

김태균 이용규 외에 전력을 상승시켜줄 고참 선수들은 컨디션을 체크해서 불러 올려 써야할 상황이다. 젊은 선수들이 패기만으로 이길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 기회에 그동안 중용되지 못했던 젊은 유망주들에게도 기회를 주고 동기부여를 해서 즉전감으로 키워내야할 것이다. 2군에서 올라와도 벤치에만 앉아있다 내려가거나, 부진한 고참선수에 밀려 출전하지 못한다면 제대로 경쟁이 이뤄질 수 없다.

정은원 노시환 외에 20대 선수를 보기 힘들었던 야수진에 연패기간 동안 제법 여러 신예선수들이 등장한 건 긍정적인 모습이다.

한화의 또 다른 고민중 하나는 중심타자 역할을 해줘야할 외국인 타자 제럴드 호잉의 부진이다. 지난해부터 변화구에 약점을 보여왔던 호잉은 올시즌 더욱 약점을 노출하며 해결사 노릇을 해주지 못하고 있다. 김태균 최진행 이성열 정도에 의지해왔던 한화는 최진행 이성열이 2군으로 내려가면서 타점을 올려줄 만한 선수가 없어 더 힘든 경기를 해왔다. 교체여론이 비등하지만, 코로나 정국 탓에 대체할 만한 선수를 찾기도 어렵고, 찾는다해도 합류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 고민이다.

프로야구에서 한번 '약팀'으로 굳혀지면 다른 팀들이 '반드시 이겨야한다'는 마인드로 나오기 때문에 더더욱 힘들어진다. 현재 최하위인 한화에 지면 타격이 더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화는 이길 수 있는, 또 쉽게 지지 않는 경기를 할 수 있도록 서둘러 체질을 강화해나가야하는 숙제를 떠 안았다.

어려운 일이겠지만, 암흑같던 연패를 빠져나올 때 보여준 투지라면 불가능해보이지는 않는다.

withyj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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