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 전격취소’ 트럼프,“막판 변경으로 모범 보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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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다음달로 예정된 플로리다주(州) 잭슨빌의 공화당 전당대회를 취소하기로 전격 결정한 것과 관련, “마지막 순간에 변경함으로써 모범을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폭스뉴스의 션 해너티쇼와 단독 인터뷰에서 “시민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행할 수 있길 희망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코비드(COVID)라고도 하고, 수많은 이름으로 부르는데, 이건 정말 차이나(중국) 바이러스”라며 “그러나 우린 본보기가 되고 있다. 사람들이 서로 가까이 하는 걸 원치 않는다”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인터뷰에 앞서 백악관에서 가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브리핑을 통해 “대규모 전당대회를 열 적절한 시점이 아니다”면서 공화당 전당대회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오는 8월 24~27일 예정이었다. 공식적으로 대선 후보를 수락, 선거운동에 고삐를 쥘 대형 이벤트를 스스로 축소한 것이어서 현지 언론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이날은 미국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400만명을 넘어 공중보건 위기 상황도 트럼프 대통령의 판단에 영향을 미친 걸로 보인다.

그는 잭슨빌 전대는 취소하지만, 다음달 24일부터 일주일간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 계획된 전당대회에선 대의원이 모일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관련, 션 해너티쇼에서 “전형적인 전대는 아닐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며 “그러나 매우 안전할 거고, 한 장소에 대규모 인원이 모이게 해선 안 된다는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샬럿에서 후보 지명을 수락할 때 연설을 할 예정이라고 했다.

트럼프 재선 캠프의 빌 스테피엔 선대본부장은 성명에서 “솔선수범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에 뒀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범을 보이기 위한 것이라고 했지만, 주요 언론의 평가는 야박하다.

뉴욕타임스(NYT)는 전당대회 취소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 재선 가도가 난항에 빠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순간 중 하나”라고 했다. 이 매체는 취소가 발표 직전 하루 사이 결정됐다고 전했다. 소수의 측근만 논의를 해 전당대회 준비 관계자들은 기자회견을 보고서야 취소 사실을 알았다고도 썼다.

플로리다주는 대표적인 경합주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여부를 결정할 핵심지역이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가 가파르고, 트럼프 대통령이 공을 들이는 노년층의 피해가 특히 큰 걸로 파악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전당대회 취소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라는 현실적 위협에 명백히 굴복했다”고 평가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에 보다 진지하고 현실적으로 대응해야 할 때도 지나치게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왔는데 (전당대회 취소는) 이와 반대된다”면서 “그가 갈망하던 전당대회를 취소한 건 이전과 달리 현실을 직시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했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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