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경이 만난 인물-김성진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상근부회장]“중국과 기술격차 유지…디스플레이 미래 로드맵 구축 최선”

김성진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이 지난달 30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국내 디스플레이산업 재도약을 위해서는 미래 혁신기술 개발 지원을 통한 중국과의 기술격차 유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이상섭 기자

“중국의 급성장에 코로나19까지 덮치면서 한국 디스플레이산업은 어느 해보다도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작년 출범한 ‘혁신공정 플랫폼 구축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미래 디스플레이 산업 로드맵을 구축하면서 중국과의 기술 격차를 유지하기 위해 최대한 지원을 다할 생각입니다.”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빌딩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가진 김성진(57)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KDIA) 상근부회장은 국내 디스플레이산업의 현주소에 대해 이같이 진단하며 재도약을 위한 강력한 조력자가 되겠다고 밝혔다.

취임 보름여만에 만난 김 상근부회장은 일주일에 2~3번은 회원사 현장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애로사항을 듣고 도울 수 있는 길을 찾기 위해서다. 디스플레이산업협회 회원사는 200여곳에 달한다.

김 상근부회장은 “회원사들이 현재 가장 힘들어 하는 것은 투자가 가장 많이 이뤄진 중국과의 왕래가 끊긴 것”이라며 “한 장비업체는 장비 공급 후 A/S를 위한 출장길이 막혀 30여명이 6개월째 오도가도 못한 실정”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이후 기업들이 가장 우선적으로 바라는 것은 중국·동남아 등 주요 거래국과의 왕래가 조속히 정상화되는 것이라 강조했다.

김 부회장은 “7일 이내 귀국하는 경우 적용받는 한·중 패스트트랙을 운용 중이지만 신규장비 수주 및 셋업 등을 위해 60~90일 출장 기간이 소요되고, 한·중 항공편도 주1회 운항에 따라 7일 이내 귀국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중국뿐 아니라 베트남, 인도에도 출장이 필요하나 입국 제한으로 사업활동에 애로를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디스플레이산업협회는 기업인에 대한 자가격리 면제조치 등을 위해 정부와 함께 물심양면 지원하고 있다.

행정고시 33회 출신인 김 상근부회장은 지식경제부 부품소재총괄과장, 산업통상자원부 중국협력팀장, 경제자유구역기획단장, 지역경제정책관, 대변인 등을 거쳐 제8대 광주테크노파크 원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디스플레이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을 맡아 글로벌 1위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고 기술 초격차를 유지할 수 있도록 업계는 물론 학계 및 정부간 소통창구 역할을 맡고 있다.

김성진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상근부회장

김 상근부회장은 “중국의 추격이 생각보다 빨리 왔다”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추격도 거세고 일본과 협공까지 펼치고 있어 가뜩이나 어려운 업계에 위험요인이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 상근 부회장은 “국내 패널기업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260억~360억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고 수출도 5월 누적기준 전년대비 26% 감소한 상황”이라며 “중국의 액정표시장치(LCD) 생산확대로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 하락 지속과 코로나19 여파로 도쿄올림픽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취소되면서 디스플레이 업계에 악재가 가중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그는 “국내 패널업체들이 대규모 투자로 폴더블·퀀텀닷(QD) 등 새로운 분야에 많은 준비를 하고 있다”며 “어렵지만 미래를 향한 걸음을 차고차곡 내딛고 위기를 극복하면 훨씬 강해질 것으로 본다. 현 상황은 어려움 속에 불빛을 보고 가고 있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디스플레이산업의 재도약을 위한 선결조건으로는 소재·부품·장비 이른바 ‘소부장’경쟁력 강화를 꼽았다. 김 상근부회장은 국내 기업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OLED 기술을 바탕으로 원가절감이 가능한 미래 혁신기술을 지속 개발하기 위해서는 소부장 자립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부회장은 “디스플레이 패널 분야는 한국이 세계 1위이지만, 핵심 장비와 소재부품은 여전히 일본과 미국 등에 뒤처져 있다”며 “패널 산업 대비 경쟁력이 약한 소부장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원천기술개발을 위한 연구개발과 신뢰성 평가, 전문인력 양성, 제품고도화 등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현재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의 소재 국산화율은 30% 수준에 그친다. 화학소재에 대한 원천기술을 일본, 독일, 미국 등이 보유하고 있어 단기간의 국산화율 향상은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장비 국산화율 역시 패널·장비기업간 협업을 통한 기술개발로 2006년 22%에서 2010년 41%, 2018년 70% 수준까지 향상됐지만 아직 자립화까진 갈길이 멀다고 김 부회장은 말했다

이와 함께 중국과의 격차 확대 및 고부가가치 전환을 위해 정부가 기업들에 적극적인 투자 지원 정책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부회장은 “정부가 지난 6월 ‘2020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한 시설투자 세액공제 제도의 전면 개편방안을 발표했는데, 이를 투자기업들이 적극 활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양대 패널 기업은 중국과의 격차 확대와 신시장 선점을 위해 QD 디스플레이 분야와 대형 OLED에 2025년까지 약 16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올해 협회의 중점 사업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디스플레이 산업의 로드맵을 그려내는 것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현재 외주 전문기관에 용역을 발주한 상태다. 연내 초안을 마련하고 업계와 학계의 논의를 거쳐 정부 검토 후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또한 작년 출범한 ‘혁신공정 플랫폼 구축사업’을 통해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R&D를 적극 지원하고, 올해 말 완공 예정인 공정혁신센터가 개방형 글로벌 R&D 허브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재원은 혁신공정플랫폼 구축 사업을 위해 지난해 예비 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3500억원 규모의 예산이다. 연구개발에 2000억원, 플랫폼 구축에 1500억원이 지원된다.

김 부회장은 “중국 업체의 공세 강화 등 외부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한국 디스플레이산업의 현실을 냉정히 진단해야 한다”며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응 방안 발굴을 위해 산·학·연·관 전문가의 지성을 모아 실현 가능한 핵심 과제를 도출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소재부품 R&D 협력단 운영을 통한 기술 자립 지원에도 매진한다. 김 부회장은 “올해 8월 출범 예정인 산업부 ‘전략핵심소재자립화’ 과제에 디스플레이 소재부품 R&D 협력단으로 참여할 계획”이라며 “2025년까지 기술개발 및 사업화 로드맵 수립, 협력 모델 및 과제 제안, 규제 개선 제안 등 사업화 촉진 제발활동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다음달 예정이었던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술대회(IMID)와 한국디스플레이산업전시회를 통합한 행사가 코로나19로 취소된 것에 대해 아쉬움도 드러냈다.

그는 “올해 IMID 20주년을 맞아 학술대회와 전시회 공동 개최를 준비했지만 불가피하게 행사를 취소하게 됐다”며 “온라인으로 개최 예정인 IMID 학술대회는 협회에서 최대한 협조할 계획이며 내년 IMID 행사는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 위상을 높이고 국제행사로서의 면모를 확대하려는 취지를 살려 성공적으로 개최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순식·천예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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