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1만2000명 ‘코로나 감원’…IMF 이후 실업률 ‘최악’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으로 지난 5개월 사이 국내 500대 대기업의 직원수가 1만명 이상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실업률을 보이는 고용 시장의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헤석된다.

29일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국내 500대 기업 중 국민연금 가입 여부를 알 수 있는 498개 사의 국민연금 가입자 추이를 조사한 결과, 6월 말 기준 국민연금 가입자는 총 165만345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19가 본격 확산된 2월에 비해 1만1880명이 감소한 수치다. 또한 지난해 같은 기간 국민연금 가입자가 3747명 늘어난 것과 대조된다.

업종별로는 22개 업종 중 절반이 넘는 15개 업종에서 국민연금 가입자가 감소했다.

유통을 비롯해 식음료, 생활용품, 서비스 등 주로 소비자접점 기업들의 감소폭이 두드러졌다.

유통업종의 경우 2만4294명이 국민연금을 신규 취득한 반면 2만6813명이 국민연금 가입 지위를 상실해 실질 감소 인원이 2519명에 달했다.

이어 건설·건자재(-1947명)·식음료(-1729명)·공기업(-1701명)·생활용품(-1486명)·서비스(-1428명)·자동차·부품(-1049명) 등에서 1000명 이상이 감소했다. 석유화학업종만 순증 인원이 2016명으로 전체 업종 중 유일하게 1000명 이상 증가했다.

다만 이 또한 SK이노베이션이 해외에 배터리 공장을 신설하는 등 일부 시설 투자계획으로 인한 일시적 상승으로 분석된다. 실제 석유화학업종의 인력은 2월에 3594명이 순증한 뒤로 3월 이후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6월에는 1351명이 줄었다.

기업별로는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CJ CGV의 감소 인원이 2508명에 달해 가장 많았다. CGV는 지난 3월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이어 롯데쇼핑(-1601명), 아성다이소(-1259명), GS리테일(-1121명)의 직원이 각 1000명 이상 줄었다. 반대로 국민연금 가입자 수가 증가한 곳은 201곳에 그쳤다.

이같은 대기업 직원수의 가파른 급감세는 과거 IMF 외환위기 이후 최대 규모로 분석된다. 최근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집계 통계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한 2월과 비교해 지난 6월 기준 취업자수는 79만 명 급감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IMF 외환위기의 첫 4개월 감소폭이었던 125만명이후 가장 높은 감소폭으로, 2009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의 6개월간 감소폭(-25만 명)을 크게 웃돈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코로나19 여파로 자영업 뿐 아니라 유통업 등을 중심으로 상대적으로 안정된 고용 흐름을 보이던 대기업 군에서도 고용 감소가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정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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