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는 한국판 트럼프” 109일만에 수사지휘권 행사…‘檢 독립성 침해’ 거센 비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9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 출근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안대용·좌영길 기자]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약 3개월 만에 또다시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것을 두고 검찰 안팎의 비판이 거세다. 검찰청법에 따른 권한 행사라고 하지만, 사실상 검찰총장의 역할을 대신하는 수준의 지휘가 빈번하게 이뤄지면서 검찰의 독립성을 심각하게 위협한 전례를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추 장관은 19일 이른바 라임 로비의혹 사건과 윤석열 검찰총장 가족 및 측근들에 대한 사건 등 총 5건의 사건에 대해 윤 총장에게 수사지휘서를 보냈다. 법무부장관의 역대 3번째 수사지휘권 발동이다. 지난 7월2일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에서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후 109일 만이고, 한 장관이 두 번의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법무부 발표 직후 대검은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 과정에서 다시 한 번 불복하자는 의견도 나왔지만, 사태를 장기화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방향으로 정리되면서 수용 입장을 밝혔다.

법조 경력 40년의 한 변호사는 20일 추 장관을 “한국판 트럼프”라고 비유하며 “법조인으로서 참으로 부끄럽고 처참한 상황이다, 검찰이라는 조직을 아예 망가트리려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문제삼는 지점은 추 장관의 수사지휘가 개별 사건에 영향을 준다는 대목이다. 검찰청법에 따른 수사지휘라고 하지만, 빈번하고 구체적인 수사지휘권 발동은 이 규정의 목적과 취지에 반한다는 것이다. 법무부장관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정무직 공무원이라는 점에서 ‘정치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차장검사급 간부는 “라임 사건은 여권 로비 정황이 나오는데, 사건에 부당하게 개입하는 선례를 남기게 된다”고 지적했다. 기획업무 경험이 많은 한 전직 검사도 “수사지휘권을 이렇게 쓰면 정권이 사건에 개입하는 선례를 만들게 된다”며 “법무부에도 검사가 많을텐데, 이런 결정이 나오게 놔둔 걸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 밖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현직 부장판사는 “굴욕적인 수사지휘 수준을 넘어서 법조인의 워딩으로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스타일”이라며 “이렇게까지 법치주의를 망가트리는 건 참으로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가 위법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 전직 부장검사는 “장관이 남부지검 수사팀을 새롭게 재편하라고 하고, 중앙지검 수사팀을 보강하라고 한 것은 장관이 총장 이외에 구체적 수사지휘를 할 수 없다는 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수사지휘권 발동 후 대검이 이를 문제삼지 않고 전격 수용하면서 위법성 논란은 불거지지 않을 전망이다.

검찰청법 8조는 ‘법무부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한다. 지난달 대한변호사협회가 주최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보장방안’ 토론회에서 김종구 조선대 법대 교수는 발제문을 통해 이 규정이 “검찰의 독립성 보장을 위한 것이지, 법무부장관의 적극적 지휘·감독권의 근거를 규정한 것으로 해석할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법무부장관으로부터, 궁극적으로는 대통령으로부터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d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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