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發 총수요 위축 사라지면 ‘애그플레이션’…양극화 인플레 위협오나

4일 통계청 2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농축수산물은 전년동월대비 16.2%, 신선식품지수는 18.9% 상승했다. 전반적인 저물가 상황에서 특정 품목만 가격이 폭등하는 것이다. 농축수산물 가격이 최근 크게 뛰면서 나타난 ‘애그플레이션(곡물가격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가 대표적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총수요 위축이 걷히고 있는 지금, 국지적 인플레이션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헤럴드DB]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물가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 전반적인 저물가 상황에서 특정 품목만 가격이 폭등하는 것이다. 농축수산물 가격이 최근 크게 뛰면서 나타난 ‘애그플레이션(곡물가격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가 대표적이다. 집세도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총수요 위축이 걷히고 있는 지금, 국지적 인플레이션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통계청 2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농축수산물은 전년동월대비 16.2%, 신선식품지수는 18.9% 상승했다. 농산물과 축산물 모두 2011년 이후 10년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이를 두고 작황부진, 조류인플루엔자(AI), 명절수요 증가 등 영향으로 설명했다. 지금 나온 수치까지는 단기요인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농축수산물 가격이 안정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단기요인이 사라지더라도 외부변수인 국제 곡물가 상승과 중국 문제가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이후 돼지 사료로 잔반이 아닌 옥수수·대두 등 곡물을 사료로 사용하기 시작되면서 가격 상승이 계속 이어질 것이란 예상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세계식량가격지수는 8개월 연속으로 올랐다. FAO는 지난달 세계식량가격지수가 전월보다 4.3% 오른 113.3포인트를 기록했다고 지난 7일 밝혔다. 지난해 5월 91.0를 기록한 뒤 8개월 연속으로 올랐다.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위기는 코로나처럼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국내요인인 집세도 심상치 않다. 2018년 3월 이후 최대 상승폭인 전년동월대비 0.9%가 올랐다. 지난해 3월까지는 -0.1%였으나 5월부터 증가세로 돌아서더니 그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물가동향에는 이미 거래가 완료된 전·월세만 수치로 반영해 나타내기 때문에 앞으로 증가폭은 더 커질 수 있다.

특히 0%대 저물가를 압박했던 외부요인이 사라질 기미를 보이면서 일부 인플레이션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국내 물가지수가 표면상 저물가를 최근 유지한 이유는 코로나19로 인한 석유가격 폭락과 복지정책 때문이다. 백신이 도입되고 하방압력이 사라지면 상방압력만 남는다.

코로나19로 인한 항공수요 위축 등으로 크게 떨어진 석유류는 최근 회복세로 돌아섰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월 전년동월비 -6.7%를 기록한 석유류 물가는 5월 -18.7%로 감소폭을 크게 늘린 뒤 현재는 -6.2%로 좁혀졌다.

복지정책이 미치는 영향도 점차 감소하는 추세다. 무상교육, 코로나 재난지원을 위한 통신비 보조 등은 공공서비스 물가 하방압력으로 작용했지만, 점차 그 강도가 약해지고 있다. 2월 공공서비스는 전년동월대비 2.1% 감소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엔 -6.6%였다.

전문가들은 과거와 같은 총체적 인플레이션은 가능성이 낮다고 보면서도 산발적 물가상승 움직임을 우려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는 “코로나19가 잡히고 총수요 위축이 사라져도 과거와 같은 총체적·전반적인 인플레가 올 일은 세계화 시대 아래에선 없다”면서도 “‘국지적으로 양극화 된 인플레이션’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애그플레이션이 물가 양극화에 가장 적합한 예인데, 우리나라나 일본 같은 나라 같이 농산물 공급능력이 약한 곳들은 큰 혼란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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