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무적’ 韓 여자양궁에 해외언론 “무자비하지만 매혹적인”

[로이터]

이보다 더 완벽한 승부는 없었고, 이보다 더 편안하게 즐긴 경기는 없었다. 경기 중 수시로 엄지손가락을 맞대고 웃는 모습은 올림픽 결승전이 맞나 싶을 만큼 여유가 넘쳤다. 한국 여자양궁의 퍼펙트한 승리에 해외언론은 “무자비하지만 매혹적인 한국 양궁의 지배가 계속됐다”고 했다.

강채영(현대모비스), 장민희(인천대), 안산(광주여대)으로 이뤄진 한국 여자양궁이 2020 도쿄올림픽 단체전서 9연패 위업을 달성하며 ‘양궁 코리아’의 저력을 재확인했다. 25일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를 6-0으로 제압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양궁 단체전이 올림픽에 첫 채택된 1988년 서울 대회 이후 33년 간 단 한번도 정상을 뺏기지 않았다.

이들 모두 5차례의 지옥같은 선발전 관문을 뚫고 올림픽 무대를 처음 밟았지만 단 한 순간도 긴장한 표정없이 즐기면서 금빛 과녁을 명중시켰다. 올림픽 결승전이 국가대표 선발전보다도 싱겁다는 말이 나올만 했다. 강철심장을 갖고 과감하게 슈팅하는 막내 안산이 1번 주자로 나서고 맏언니이자 주장인 강채영이 가운데서 중심을 잡고, 힘과 기술을 두루 겸비한 장민희가 완벽한 마무리를 만드는 최적의 조합이었다. 평소 훈련결과에 따라 각자의 장점을 살린 배치였다.

해외 언론들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양궁에서 한국 왕조의 지배가 이어졌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 여자양궁 선수들은 그 어떤 팀보다도 경기 중 자주 미소를 보인다. 그들은 웃으며 (상대를) 파괴하고, 웃으며 파괴한다”며 “무자비하고도 매혹적이다”고 표현했다.

혼성 단체전에 이어 2관왕에 오른 안산은 얼음처럼 차가운 승부근성을 갖고 있다. 양궁 지도자들은 안산이 워낙 차분하고 멘털이 좋아 올림픽 최다메달 보유자인 ‘원조 신궁’ 김수녕처럼 롱런할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강채영은 이번 금메달로 5년전 불운을 날려버렸다. 2016 리우 올림픽 대표 선발전에서 아깝게 4위를 했고,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는 코로나19로 대회가 1년 연기되는 바람에 2번이나 대표 선발전을 치러야 했다. 남자선수 못지 않는 장력의 활을 쓰는 강채영은 힘과 집중력이 좋다. 이날 강채영이 쏜 화살은 최고 시속 205㎞로 출전 선수 중 가장 빨랐다. 키 175㎝의 장민희 역시 두둑한 배짱과 흔들리지 않는 실력으로 생애 첫 올림픽서 대기록의 주역이 됐다. 세월이 흘러도 선수가 바뀌어도 여자양궁 최강이 한국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조범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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