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희의 커피 이야기] 가슴 깊이 애도하며 커피 한 잔

‘나의 나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로 된 것이니…’

나의 나 된 것이란 말조차 눈부신 날 부는 바람에도 흔들리는 시절이다. 그래도 편견과 혐오 없이 살아보자고, 모든 인간은 평등하며 모든 생명은 평등하다는 믿음을 버리진 말자고, 사랑의 언어로 지어진 세상에 차별과 위계가 설자린 없다고 스스로를 경계하게끔 도와준 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런 분들이 먼저 삶의 영역을 떠나가면 참 마음이 힘들다. 애도마저 바로바로 못하게 된다. 한참을 뜸을 들이고, 감정이 한 숨 잦아들어야 그나마 명복을 바라는 기도라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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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 잔 내리려 한다.

무엇이 어울릴까 한참을 고민했다. 그의 의지처럼 무지개 빛을 지킬 수 있는 원두로 할까 아님 그의 삶처럼 진중한 것으로 할까 고민하다 샘플용으로 볶아 맛보고 남은 여러 원두들을 조금씩 모아서 딱 한 잔 분량의 커피만 내려 현관에 나와 앉았다.

그러고 보니 평소에는 원두를 잘 섞지 않는다. 커피콩을 블랜딩 하는 이유는 좋은 맛을 구현하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가격을 맞추기 위해서이기도 한데 나는 특정한 맛을 구현하기 위해 혹은 맛의 밸런스를 좋게 하기 위해 콩이 가진 개성을 깎는 일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마도 내가 개인주의를 선호하는 탓일 게다. 그러다 보니 그 콩이 가지고 있는 성격과 그 콩이 자란 배경이 섞여 만들어진 그 콩만의 개성이 드러난 커피를 좋아한다. 비록 그 개성이 너무 튀어 좀 당황하더라도 말이다.

위스키도 싱글이 좋고 커피도 싱글이 좋지만 오늘 같이 누군가를 추모하고 싶어 만들어 마시는 커피는 지금 말고는 다시는 맛볼 수 없는 커피이기에 블랜딩이지만 싱글보다 더 개성이 드러나기도 하고 미각과 후각이 아닌 마음과 감정으로 맛과 향을 받아들이다 보니 좋으면서도 힘든 양가적인 감정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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