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인력 부족 걱정?” 사람보다 더 일 잘하는 ‘숙련공’ 온다 [AI하는 세상 빅뱅]

HD현대인프라코어 무인 굴착기 이미지. [HD현대사이트솔루션 제공]

[헤럴드경제=한영대 기자] 중동의 한 건설 현장. 이곳에서는 도로를 건설하기 위해 수십대의 굴착기, 로더 등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특이점이 있다면 조종석에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각종 건설 관련 정보를 학습한 인공지능(AI)에 의해 건설장비가 작동되기 때문이다. AI를 통해 분석된 장비 결함 정보도 스마트폰을 통해 사람의 눈앞에 펼쳐져 원격으로 통제할 수 있다.

인구 감소 등으로 건설 현장에서 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CES 2024에 참여하는 글로벌 건설기계 업체들은 해결책으로 AI를 활용한 기술을 선보일 계획이다.

AI 기술이 적용된 건설 현장에서는 이전보다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AI에 의해 건설장비들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무인 건설장비는 숙련공 데이터를 학습한 AI에 의해 작동한다. 드론이 습득한 지형 정보를 전달 받으면서 작업을 수행할 수도 있다.

HD현대 CES 2024 전시관 조감도. [HD현대사이트솔루션 제공]

AI에 기반한 무인 솔루션은 작업 효율성 또한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고산지대 등 열약한 작업 환경에서 사람이 수행할 수 있는 작업량은 제한적이다. 하지만 무인 건설장비는 사람보다 상대적으로 환경적인 영향을 적게 받는다. 전동화 기술로 움직이는 만큼 디젤엔진 기반의 기존 건설장비보다 오염 물질도 적게 배출한다.

건설장비 작동에 이상이 생기기 이전에 문제점을 미리 파악할 수도 있다. 글로벌 1위 건설기계 업체인 미국 캐터필러가 개발한 ‘비전링크’는 AI를 통해 건설장비 데이터를 실시간 학습, 장비의 작동 현황 등 다양한 정보를 스마트폰으로 전송한다.

캐터필러 AI 솔루션 ‘비전링크’ 광고 영상. [캐터필러 유튜브 캡처]

AI는 경험히 부족한 기술자의 업무를 보좌하는 데도 큰 도움을 준다. HD현대가 개발한 ‘AI 기반 머신 어시스턴스’는 장비 정보와 작업 환경, 작업 계획을 AI가 인지해 운전자에게 최적화된 장비 운영 가이드를 제공한다.

건설 현장에서 AI 도입 속도는 예상보다 빨라질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건설 현장에서 숙련 노동자는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등이 국내 231개 건설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최근 3년간 건설 현장에서 기술인력 채용이 어렵다고 응답한 회사는 94%에 달했다. 젊은 인력이 수급되지 않으면서 건설 인력에서 6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20%를 훌쩍 넘는다.

두산밥캣 무인 건설기계 '로그X'. [두산 유튜브 캡처]

AI 기술 주도권을 둘러싸고 글로벌 건설기계 업체들과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업체들은 무인 기술 측면에서 우위에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HD현대, 두산은 2010년대 중후반부터 자동화 기술 개발을 진행했다. 이동욱 HD현대사이트솔루션 사장은 지난해 9월에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건설기계 무인화 기술에서만큼은 글로벌 1위 중장비 업체인 미국 캐터필러보다 앞서있다”고 강조했다. 우수한 기술력 덕분에 미래도시 프로젝트인 네옴 시티를 추진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는 HD현대의 무인 솔루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AI 기술력을 강화하기 위한 기업들의 고도화 또한 속도를 올리고 있다. HD현대는 최근 AI 플랫폼 구축을 위해 구글 클라우드와 손을 잡았다. 이번 협력으로 HD현대는 건설기계 사업에 생성형 AI 기술을 도입할 계획이다. 생성형 AI는 기존 자료를 활용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두산밥캣도 해외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통해 무인 기술 고도화에 나서고 있다. 일본 건설기계 업체인 고마쓰는 일찌감치 미국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와 AI 분야 협력을 위해 손을 잡았다.

국내 건설기계 업체들은 AI 기술을 통해 글로벌 건설기계 시장에서 반등을 노리고 있다. 지난해 매출 기준 글로벌 건설기계 업체 톱10에 HD현대, 두산밥캣은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두산밥캣은 11위, HD현대(HD현대인프라코어, HD현대건설기계 합계)는 12위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글로벌 건설기계 시장은 미국, 일본 업체들이 주도권을 잡았다”며 ”하지만 AI 기술력에 따라 향후 시장 판도가 바뀔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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