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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 나랏빚이 무서운 속도로 쌓이고 있지만 정부의 지출을 구속력 있게 제어할 ‘재정준칙’ 도입이 또 무산됐다. 2070년 우리나라의 국가채무가 7137조60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192.6%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2일 기획재정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재정준칙 도입을 담은 법안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재정준칙은 나랏빚이 쌓이는 것을 막기 위해 매해 나라살림의 적자 규모를 제한하는 일종의 규율이다.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에 국민연금 등 4대 보장성 기금 수지를 차감한 값인 관리재정수지를 지표로 삼는다.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을 매년 GDP의 3% 이내로 제한하고 국가채무가 GDP 대비 60%를 넘어서면 적자 폭을 GDP 대비 2% 이내로 축소하는 등 정부 지출을 제한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다.
현재 여야 논의를 거쳐 재난 등 예외적인 상황으로 재정준칙의 상한을 어겼을 때 그다음 해에 세계잉여금의 100%를 채무 상환에 갚는 내용 등이 포함된 수정안이 마련된 상황이다.
그러나 다른 법안들에 논의가 뒷순위로 밀리면서 지난해 국회 기재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재정준칙은 전임 문재인 정부부터 도입을 추진해온 방안으로 2020년 통합재정수지 등을 골자로 발표됐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며 관리재정수지로 기준을 바꾸고 산식을 단순한 수지·채무 기준으로 변경하며 도입을 추진해왔으나 2년 연속 법제화가 무산됐다.
저출생·고령화로 우리나라 재정의 장기적인 지속 가능성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2022년 8월에 발표한 '2022∼2070년 장기 재정전망'에 따르면 2070년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는 7137조6000억원으로 GDP의 192.6%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통계청의 2021년 장래인구추계 등을 바탕으로 GDP 대비 정부의 재량지출 비중이 장기적으로 2012∼2022년 평균 수준인 12.8%로 수렴한다고 가정했을 때 결과다. 저출생으로 생산연령인구가 줄어들면서 경제 성장률은 하락하는 가운데 인구 고령화가 진행된 영향이다.
다만 정부의 재량지출을 통제할수록 국가채무는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량지출은 법령에 의해 수혜 대상과 지출 규모가 정해진 의무지출보다 상대적으로 정부 의지에 따라 조정이 쉽다.
정부의 GDP 대비 재량지출 비중이 코로나19로 지출이 늘어난 때를 제외한 2012∼2019년 수준(11.7%)에 수렴한다고 가정하면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149.9%였다.
2026년부터 재량지출이 소비자물가 상승률 수준으로 증가한다고 가정하면 119.0%, 총지출 증가율을 명목 GDP 성장률 수준으로 유지해 결과적으로 재량지출 증가율이 서서히 낮아진다고 가정하면 77.3%였다.
정부 지출을 묶을수록 나랏빚이 쌓이는 속도를 줄일 수 있는 셈이다. 정부가 재정준칙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배경이다. 정부에 따르면 올해 국가채무는 GDP 대비 1195조8000억원으로 GDP 대비 51.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4월 총선 등을 앞두고 있어 21대 국회에서 재정준칙 도입에 대한 불확실성은 커진 상황이다. 정부는 21대 국회가 마무리되는 오는 5월 말까지 재정준칙 법제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