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여성들, 대피소 성범죄 주의” 강진 덮친 일본, 23년 전 악몽까지 재소환

규모 7.6의 강진이 일어난 일본 이시카와현 와지마 시내 주택가에서 2일 구조대원들이 혹시 있을지 모를 생존자를 찾고 있다. 이시카와현 당국은 3일 0시 기준으로 강진 사망자가 57명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내가 사라져도 쓰나미에 휩쓸렸다며 찾지 않을 것 같아서 아무에게도 내가 겪은 것을 말할 수 없었다.” (동일본대지진에서 생존한 성폭력 피해 여성의 증언)

지난 1일(현지시간) 일본 이시카와현 노토 반도에서 발생한 규모 7.6의 강진으로 최소 57명이 사망한 가운데 SNS를 중심으로 '대피소 성범죄 주의보'가 확산하고 있다.

3일 X(구 트위터) 등 SNS에는 동일본 대지진 당시 실제 발생했던 성범죄 사례를 소환하며 참사 현장과 대피소 등에서 여성들의 주의를 당부하는 게시물이 공유되고 있다.

'피난소에서 성폭행을 피할 수 있는 법'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의 경우, 재게시가 횟수가 1만회를 넘었다. 또한 전날 X 일본 실시간 트렌드에 'SOS', '피난소 성폭행 예방', '피난소 성폭행', '피난소에서 자신의 몸은 스스로 지키자' 등이 주요 검색어 10위권에 올랐다.

이같은 반응은 지난 2011년 3월 11일 일본 혼슈 센다이에서 발생한 규모 9.0의 동일본대지진 경험에서 비롯됐다. 당시 초강력 지진으로 1만5000명 이상이 사망하고 10m가 넘는 지진해일이 발생하면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가 폭발하는 등 최악의 피해를 낳았다.

지난 1일 규모 7.6의 강진이 발생한 일본 혼슈 중부 이시카와현 와지마 시내 여러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일본 기상청은 2일 0시까지 진도 1 이상의 지진이 93회 관측됐다고 발표했다. [AP]

당시 폐허가 된 현장에서 여성들이 겪은 성범죄는 10여년이 지난 뒤에야 세간에 알려졌다. 일본 NHK가 202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10주기를 맞아 방영한 다큐멘터리 '묻힌 목소리들(Buried voices)'은 당시 후쿠시마, 이와테, 미야기 등 3개 현에 거주하던 여성들이 겪은 성폭행 피해를 다뤘다.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한 생존자 여성은 남편이 사망했다는 이유로 저녁에 대피소로 음식이나 수건을 가지러 갈 때마다 대피소장으로부터 성관계를 강요받았다고 증언했다. 또다른 여성(당시 20대) 역시 “남자들이 (대피소) 어두운 곳에서 여성을 붙잡고 옷을 벗겼지만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들은 너무 어려서 도와줄 수 없다며 다들 못 본 체했다”고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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