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 [로이터] |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휴전하라는 국제사회의 압력을 받는 이스라엘이 정밀수색과 특수작전으로의 전술 전환을 발표하며 가자 전쟁의 축소를 공식화했다. 가자지구 북부에서는 표적 작전을 펼치고 남부에서는 인질 구출과 하마스 지도부 제거에 집중하면서 지상전의 규모가 점차 축소될 전망이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가자지구 지상전 새 단계의 윤곽을 내놨다.
이스라엘이 지상 대부분을 장악한 가자지구 북부에서는 작전상 필요에 따른 맞춤형 작전을 펼치고 230만명의 피란민이 있는 남부에서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에 붙잡혀 있는 남은 인질들을 석방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하마스 지도부 추적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 핵심이다.
갈란트 장관은 “가자지구 북부에서 우리는 지상전의 군사적 성과에 맞춰 새로운 전투 방식으로 전환할 것”이라며 북부에서의 작전에는 기습공격, 터널 파괴, 공습 및 포격, 특수부대 작전 등이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수십만명의 피란민이 몰려 있는 가자지구 남부에서는 하마스 지도부를 제거와 인질 구출을 시도할 것”이라며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때까지 이런 작업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갈란트 장관의 이번 지상전 새 단계 공개는 국제사회의 전쟁 축소 압력과 이스라엘 국내에서 전쟁 비용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는 데다 중동 다른 지역으로 확전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나왔다.
작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으로 가자 전쟁이 발발한 뒤 이스라엘과 레바논 국경에서는 이스라엘군과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공격을 주고받아 온 데다가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를 지나는 상선을 잇달아 공격하면서 국제사회는 확전 가능성을 경계해왔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2일에는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3인자인 살레흐 알아루리 정치 부국장이 공습으로 살해됐고 이튿날에는 이란에서 ‘국민 영웅’ 가셈 솔레이마니 전 이란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의 4주기 추모식에서 테러가 발생하면서 이 사건이 확전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은 이스라엘에 정밀 폭격과 표적 작전 등 저강도 군사 작전으로 전환하도록 꾸준히 요구해왔다. 확전 위기가 커지자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이 이를 막기 위해 네 번째 중동 순방길에 올랐다. 블링컨 장관은 4일부터 튀르키예, 그리스, 요르단,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 서안지구, 이집트를 방문한다.
그는 긴장 고조를 막기 위해 역내 국가들이 할 수 있는 조치와 홍해에서 후티의 상선 공격을 억제하기 위한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스라엘의 가자 전쟁 축소 계획은 블링컨 장관의 방문으로 더 구체화할 전망이다.
블링컨 장관은 이스라엘 정부와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을 다음 단계로 전환하기 위한 계획, 이스라엘이 저강도 공세로 전환하면서 팔레스타인인들이 자기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하마스는 지난해 10월 7일 무장대원들을 이스라엘 남부에 침투시켜 1200여명을 죽이고, 240여명을 인질로 잡아 가자지구로 끌고 갔다.
이스라엘은 곧바로 반격에 나섰으며, 11월부터는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해 하마스 추적과 소탕을 이어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금까지 가자지구에서 2만2000여명이 사망했고 5만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