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오른쪽) 프랑스 대통령과 엘리자베스 보른 총리가 지난해 6월 파리 근교 수레네의 몽 발레리안 기념관에서 열린 샤를 드골 전 대통령의 레지스탕스 출정 83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고 있다. [AP] |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연금개혁과 이민법 등 에마뉘엘 마크롱 정권의 핵심 정책을 추진해온 엘리자베트 보른 프랑스 총리가 8일(현지시간) 자리에서 물러났다. 임기가 3년 반이나 남은 상황에서 지지율 하락세로 정치적 위기를 겪고 있는 마크롱 대통령이 국정 회복을 위해 내놓은 카드로 평가된다.
8일(현지시간) 엘리제궁은 이날 오후 보른 총리가 마크롱 대통령에게 사의를 밝혔고 대통령이 이를 수락했다고 밝혔다. 다만 엘리제궁은 보른 총리가 새 정부 구성 전까지 다른 정부 구성원들과 함께 현안을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역사상 두 번째 여성 총리인 보른 총리는 마크롱 대통령의 집권 2기 초반 연금 개혁과 이민법 개정 등 각종 개혁 드라이브를 성사시켜 온 인물로, 이 과정에서 수 차례 사퇴 위기를 넘겨왔다.
그는 지난 3월 하원 표결을 생략한 헌법 발동으로 정년을 기존 62세에서 64세로 연장하는 내용의 연금 개혁 법안을 강행 처리해 야당의 총리직 사퇴 요구에 직면한 바 있다. 지난해 연말에도 진보 진영이 특히 반대한 이민법 개정을 밀어붙이다가 또 한번 사퇴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이 때문에 개혁 강행으로 지지율이 추락한 마크롱 대통령이 새해 들어 총리 교체를 포함한 개각을 단행할 것이란 관측을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재선 직전 47%에 육박했던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해 4월 20%까지 곤두박질쳤다가 현재 가까스로 30%대를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지난해 7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오른쪽)과 엘리자베스 보른 총리가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서 열린 만찬에 도착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 |
특히 유럽의회 선거가 5개월 앞으로 다가오며 지지율 회복은 마크롱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부상한 상황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최근 여론조사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중도우파 정당의 지지율은 그의 정치적 라이벌인 마린 르펜이 이끄는 극우정당보다 8~10%포인트 뒤지고 있다.
이미 다수의 전문가들은 가파른 인플레이션과 반(反)이민 정서 확산으로 극우를 중심으로한 유럽연합(EU) 회의론자들의 오는 선거에서 기록적 승리를 거둘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마크롱 대통령이 유럽의회 선거와 7월 올림픽이라는 두 가지 주요 도전을 앞둔 가운데 개각에 대한 추측이 빗발치고 있다”면서 “마크롱 대통령은 약화된 정부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기를 원한다”고 전했다.
새 총리에는 34세의 가브리엘 아탈 현 교육부 장관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그가 총리로 임명될 경우 제5공화국 최연소 총리가 된다.
외신들은 마크롱 대통령이 총리 교체를 계기로 재집권 시작부터 강하게 밀어붙여온 개혁에도 숨고르기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로이터는 “두 번째 임기 첫해동안 경제 공약의 가장 어려운 부분들을 넘었다”면서 “교육과 안락사 등 향후 개혁은 더 큰 합의를 이루기 위해 노력할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마크롱 정권의 정책 우선순위는 그가 재선 공약 중 하나인 ‘완전고용’이 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마크롱 대통령은 최근 공개석상에서 잇따라 완전고용 달성의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11월 수출 중소기업 성장 지원 프로그램을 발표하면서 “2027년까지 완전 고용으로 볼 수 있는 실업률 5%를 달성해야 한다”면서 “아직 채워지지 않은 일자리가 많다. (재계는) 정신을 차려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