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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전·현직 교육부 인사 등 고위공무원들이 퇴직 후 사교육계에 임원으로 취업하거나, 사교육 업체 주식을 보유하는 등 사교육계와 긴밀히 얽혀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소위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 거래로 알려진 현직 교사와 사교육 업체들 간 카르텔 외에도, 고위공무원들도 사교육계와 폭넓게 연관돼 있다는 지적이다.
10일 오후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이같은 사교육 카르텔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양 교수는 교육부 인사 등을 지낸 퇴직 고위공무원들이 사교육업계 임원으로 취업해온 정황이 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교육부 전 장관을 지난 A씨는 지난 2015년 초·중등 대상 교육업체 ‘청담러닝(현 크레버스)’에 사외이사로 취업해 지난 2018년 임기만료됐다. 교육과학기술부 초대 학교교육지원본부장을 지낸 B씨 역시 지난 2022년부터 ‘비상교육’ 감사를 맡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교육과 무관한 부처에서 퇴직한 고위공무원들이 사교육업계에 강사 등으로 취업하기도 했다. 양 교수가 인사혁신처 공직윤리시스템 퇴직공직자 취업심사 결과를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경찰청에서 퇴직한 경정이 수험생 전문 교육업체 ‘박문각’ 강사직에 취업가능 통보를 받았다. 이밖에 국방부에서 지난 2022년 9월 퇴직한 육군대령이 ‘메가스터디교육’ 사원직에, 경찰청 경사가 지난 2017년 퇴직해 ‘웅진’ 상담사에 대한 취업심사를 받은 이력도 나왔다. 양 교수는 “사교육 업체가 특정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로비한 정황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등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배우자나 자녀를 통해 사교육 업체 관련 주식을 보유해온 문제도 지적됐다. 이들 중 일부는 윤석열 대통령이 사교육 카르텔 척결을 주문하기 이전에 주식을 처분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재산등록사항에 따르면 본인이나 가족 등을 통해 사교육 주식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난 전·현직 고위공무원은 총 27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각각 대통령실, 과학기술정보통신수, 국방부 등 정부부처 소속이거나 대검찰청, 한국은행, 지자체 관계자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양 교수는 “(사교육 카르텔 척결 발표) 가지고 있던 주식들을 0으로 만든 것을 보면 이들 역시 문제되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라며 “(주식 보유로) 이익을 얼마나 봤는지와 상관없이, (보유한 것만으로) 의도가 투영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양 교수는 “정부에선 사교육과 전쟁을 벌이겠다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사실은 신고를 받으면 조사하는 수동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일관성과 지속성을 가지고 사교육계 카르텔을 타파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