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패권 두고 ‘으르렁’대던 美中, 두 차례 ‘비밀회담’ 가져

반도체 칩 앞에 미국과 중국 국기가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 지난해 AI 국제 표준을 논의하기 위해 두 차례 비밀회담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1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해 7월과 10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AI 국제 표준을 세우기 위한 중국과 미국 대표단 간 회담이 열렸다고 보도했다. 미국 측에서는 오픈AI, 앤트로픽 등 AI 기업과 정책 전문가들이, 중국 측에서는 국영기관 대표들과 칭화대학교 교수진이 참여했다고 FT는 전했다.

텐센트, 바이두 등 중국 기업은 참여하지 않았다. 회담은 미국과 중국, 그리고 영국 3국 정부가 인지한 상황에서 개최됐다.

양 측은 회담에서 AI의 위험성을 공유하고 AI 안전연구에 대한 투자를 장려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해 7월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가 개최한 첫 AI 회의와 11월 영국 AI 정상회의 테이블에 오를 구체적인 정책 제안도 회담에서 다뤘다.

한 참석자는 “이러한 주체들 간 합의 없이는 AI 안전에 대한 국제 표준을 설정할 방법이 없다”며 “이들이 동의하면 다른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것은 훨씬 쉽다”고 말했다.

중국의 컴퓨터 과학자 앤드류 야오가 포함된 연구팀은 국제 규제 기구의 창설, 첨단 AI 시스템 등록 및 감사 의무화, 즉각적인 셧다운 절차 포함, 개발자들이 AI 안전에 연구 예산의 30%를 지출할 것을 요구했다.

영국 주재 중국 대사관은 “중국은 광범위한 합의를 바탕으로 AI 거버넌스를 논의하고 필요한 프레임워크와 규범, 표준을 설정하려는 노력을 지지한다”며 “중국은 글로벌 AI 거버넌스에 대해 다양한 관계자들과 소통하고 AI가 인류 문명을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개발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회담은 중동 등 분쟁지역 중재 전문 기구인 샤이크그룹이 주도했다. 살만 샤이크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AI를 연구하는 미국과 중국 주요 주체들이 한 자리에 모일 수 있는 기회를 발견했다”며 “주요 목표는 전세계적으로 공유되는 AI모델의 취약성과 위험, 그리고 기회를 강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국이 AI와 양자컴퓨팅 등 첨단 기술 분야의 패권 다툼이 치열한 가운데, AI 안전에 대한 문제가 인류의 잠재적이고 실존적 위험으로서 공통의 관심사가 된 것이라고 FT는 분석했다. 미국은 2022년 10월부터 미국 기술을 사용한 첨단 반도체 제조장비와 AI 반도체 등의 대중 수출을 통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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