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네바다주 리노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해 여유만만한 표정을 짓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여러 건의 재판에 계류 중이지만, 11개월 뒤 뒤 열리는 2024 미국 대선을 완주할 태세다. [연합] |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 도전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 시 법인세를 추가로 감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는 트럼프 전 대통령 측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그가 측근들에게 법인세율을 다시 인하하는 데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고위 경제정책 보좌관 3명도 WP에 트럼프 집권 1기 때 시행한 법인세 인하가 큰 성공을 거뒀다고 보고 있으며, 그가 재집권하면 이를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2017년 트럼프 행정부는 법인세율을 기존 35%에서 21%로 낮춘 바 있다.
당초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캠페인 당시 법인세율을 15%로 낮추겠다고 공약했지만, 집권 후 추진한 세법 개정안은 의회 협상 등 진통을 거친 끝에 최종 21%로 통과됐다.
그 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에도 법인세 추가 인하 의중을 내비친 바 있다. 그는 작년 9월 NBC 방송에 출연해 ‘법인세율을 15%로 인하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가능하다면 조금 낮추고 싶다”고 언급했다.
다만, 그동안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개 메시지는 법인세 감면이 아닌 노동자 계층 등을 위한 세금 감면에 초점이 맞춰졌다. 트럼프 선거캠프의 제이슨 밀러 대변인은 한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7년 낮춘 법인세를 유지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의 우선순위는 노동자 계층을 위한 세금 추가 감면이라며, 법인세 인하 여부와 인하 폭 등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메시지 관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산층 이하의 노동자 계층(블루칼라) 유권자 사이에서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대기업·부자 감세로 인식되는 법인세율 인하 관련 언급이 자칫 지지율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법인세 이외에 개인소득세 역시 다음 행정부가 다루게 될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2017년 세법 개정 당시 법인세와는 달리 개인소득세는 ‘일몰 조항’에 담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당시 39.6%에서 37%로 낮아진 개인소득세율은 2025년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된다.
이와 함께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법인 소유주가 개인 소득신고서에 사업체의 세금을 신고하는 경우, 해당 기업에 대한 세금을 감면하는 제도를 연장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이 밖에 공화당은 표준공제액과 상속세 비과세 유산 규모를 늘리는 등 부유층과 중산층에 혜택을 주는 다른 조치들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WP는 전했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일부 조언자들은 적어도 공개적으로는 다른 방식을 촉구하고 있다. 공화당 원로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중영합주의자(포퓰리스트)가 되려는 본능을 갖고 있고, 사람들은 기업세율보다 개인 세율에 대해 훨씬 더 걱정한다”며 “‘공화당이 대기업들을 돕고 있다’는 고전적인 이야기에 빠져들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