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성희롱에도 보고만 있던 제약사, 임신 근로자에 ‘야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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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너네는 빡대가리다. 넌 여기 어떻게 들어왔냐.”

의약품 제조기업 A사 내에서 이런 폭언은 물론 신체 접촉을 포함한 성희롱이 심각하다는 사실이 사실이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결과 밝혀졌다. A기업은 국내 1위 대기업집단의 계열사다.

고용노동부는 23일 A사에 대한 근로감독 결과 직장 내 괴롭힘 사례와 연장근로 한도 위반 등 노동관계법 위반사항을 적발하고 시정지시와 함께 전반적인 조직문화 개선계획을 제출하도록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용부는 지난해 11월 16일 이 회사 직원인 20대 남성이 사망한 이후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는 청원을 접수, 같은 달 22일 근로감독을 결정한 바 있다.

감독 결과, A사의 다수의 중간관리자는 공개된 장소에서 폭언과 욕설을 지속·반복적으로 했고, 인턴 사원들의 합격 여부를 두고서도 욕설을 했다. 또 남성 중간관리자는 여성 직원 동의 없이 어깨, 팔, 목, 허벅지 등 신체를 수시로 접촉했다. 늦은 시간 업무를 마친 사원들에게 새벽 별을 보러 가자고 하고, 실제 경기 양평으로 데려간 경우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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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고용부는 근로감독 과정에서 이 회사 전 직원 75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도 실시했다. 그 결과 417명(55.5%)이 직장 내 괴롭힘·성희롱을 직접 당하거나, 동료가 당한 사실을 알고 있는 것으로 응답했다. 또, 571명(76%)은 사업장의 조치가 적절치 않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고용부는 216명의 연장근로 한도를 위반한 장시간 근로와 이 중 89명에 대해 3000만원의 연장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임금체불, 임신 근로자에 대해 금지하고 있는 시간 외 근로 등 노동관계법 위반 사실을 확인했다. 고용부는 "법 위반에 대한 시정지시와 함께 노사가 성실히 협의해 조직문화 전반에 대한 개선계획과 장시간 근로 개선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고 향후 이행상황을 재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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